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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무회의 중단 시킨 '이동관 사퇴'…후임에 이상인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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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회 탄핵안 발의 관련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 처리를 앞둔 이 위원장의 방통위원장직 사의 소식은 국무회의 직후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회 탄핵안 발의 관련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 처리를 앞둔 이 위원장의 방통위원장직 사의 소식은 국무회의 직후 알려졌다. 연합뉴스

“국무회의를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갑자기 정회를 선언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검토 내용을 한 총리에게 보고하면서다. 김 처장이 이런 사실을 보고하기 전까지 한 총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무위원은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이 위원장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여권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늦은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통위 업무 마비에 대한 부담을 드릴 수 없다”며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 사퇴 절차를 위해 김 처장 등 극소수 인사에게만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당연히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 통과를 벼르던 더불어민주당은 허를 찔렸다.

이동관 "언론 정상화 기차는 계속 달릴 것"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 뒤 과천 방통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제가 사임한 것은 거야의 압력에 떠밀려서가 아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뤄질 경우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가 없다”며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일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선 대의와 대국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탄핵을 시도한 민주당을 겨냥해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 권한을 남용해 마구잡이로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헌정질서 유린 행위에 대해선 앞으로도 그 부당성을 알리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거야의 횡포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시리라 확신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어떠한 자리에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글로벌 미디어 강국 도약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 마비 위한 고육책"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탄핵으로 인한 방통위 기능 정지 사태를 막기 위해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위원장을 임명 3개월 만에 면직했다. 뉴스1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탄핵으로 인한 방통위 기능 정지 사태를 막기 위해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위원장을 임명 3개월 만에 면직했다. 뉴스1

이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이 위원장과 대통령실 핵심들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탄핵안이 의결될 경우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최장 6개월간 이 위원장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기관장 대행 체제로 운영할 수 있는 다른 부처와 달리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위원장이 직무정지가 될 경우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되면서 의결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탄핵 방침을 세운 지난달 중순부터 용산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에선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우리도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며 “지상파 및 종편 방송 인허가ㆍ재승인 문제, 포털 관련 업무 등 방통위에 산적한 현안이 일시에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설령 제가 그만두더라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올 것”이라며 사퇴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여당도 최근 윤 대통령에게 이 위원장 사퇴를 건의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최근 당 지도부와 중진들 간의 회의에서 ‘이동관 사퇴 카드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와 원내 지도부가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만큼 이번 주 초만 해도 사퇴 카드가 실제로 실행될지엔 여권 핵심부에서도 회의론이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탄핵 시 윤 대통령과 정부가 떠안아야할 '식물 방통위' 부담을 고려해 이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굳혔고, 여권 핵심부의 위기 관리 전략이 함께 가동되면서 전격적인 사퇴쪽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고 한다.

새 위원장 후보엔 이상인·이진숙 거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위원장이 취임 95일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국회 몫 방통위원 3인(여1, 야2) 추천이 미뤄지고 있어 상임위원 5인이 정원인 방통위 상임위는 현재 이 부위원장 홀로 남은 상태다. 이 때문에 방통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후임 방통위원장 인선을 서두를 방침이다. 다음 주 발표가 예상되는 개각 명단에 새 방통위원장 후보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는 이 부위원장이 우선 거론된다. 윤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인 이 부위원장이 새 방통위원장에 지명될 경우 대통령 몫 상임위원을 추가로 1명 더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여권에선 “가장 빨리 방통위를 재가동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국민의힘이 여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내정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도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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