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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보다 작아도 포착" 軍정찰위성 쏜다…北선제타격 '킬체인의 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군 독자 정찰위성 1호기가 오는 2일 새벽 발사된다. 6년 전 시작된 이른바 '425 사업'의 첫 번째 위성이다. 군 당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해당 위성이 3축 체계 중 ‘킬체인’(Kill Chain)의 눈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이상 동향을 파악하고 적시 대응하는 역량이 크게 향상된다는 의미다.

미 벤덴버그 기지에서 발사를 준비 중인 팰컨9. 여기에 한국군 최초 독자 정찰위성이 실려있다. 사진 국방부

미 벤덴버그 기지에서 발사를 준비 중인 팰컨9. 여기에 한국군 최초 독자 정찰위성이 실려있다. 사진 국방부

내년 전반기 군 정찰위성 1호기 전력화

국방부에 따르면 1일 현재 군 정찰위성 1호기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밴덴버그 공군기지 내 발사대에 세워져 발사 전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발사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다.

스페이스Ⅹ는 홈페이지를 통해 팰컨9이 오는 2일 오전 3시 19분(한국시간)에 발사돼 2분 22초 후에 1단 추진체가 분리돼 떨어져 나가고, 이어 19초 후에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분리된다고 공개했다. 이후 발사 12분 16초가 지난 시점인 오전 3시 31분쯤 2단 추진체에서 정찰위성이 분리돼 우주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발사 성공 여부는 오전 4시 37분 해외 지상국과 최초 교신이 이뤄지는 시점에 확인된다. 국내 지상국과 최초 교신은 오전 9시 42분으로 예상된다. 팰컨9은 지난 8월까지 모두 246번 발사돼 실패는 단 2번으로 99.2%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면 카메라, 통신장비, 광학장비, 적외선 장비 등 탑재체가 제대로 작동해 지상 시스템과 연동되는지 등을 시험한다. 위성체를 최종 임무 궤도로 조정하고 영상의 초점을 맞추는 검보정 작업과 영상 품질을 평가하는 작업 등도 이뤄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짧으면 4개월, 길면 6개월 이 같은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내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문 한장보다 작은 물체 포착…세계 최고 수준 해상도

이번 위성 발사는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대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대를 도입하는 425 사업의 일환이다. 군 당국은 이날 EO·IR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나머지 SAR 위성 4기를 계획대로 띄운다는 방침이다. 2017년 12월 사업비 1조2214억원으로 개발이 시작돼 지난해 1호기 발사를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 우리 군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팰컨9' 로켓이 기립해 있다.   발사체 상단에 영문 'KOREA'(한국)와 태극 문양이 새겨진 이 로켓은 우리시간 2일 오전 3시19분 발사될 예정이다. SpaceX 제공=뉴스1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 우리 군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팰컨9' 로켓이 기립해 있다. 발사체 상단에 영문 'KOREA'(한국)와 태극 문양이 새겨진 이 로켓은 우리시간 2일 오전 3시19분 발사될 예정이다. SpaceX 제공=뉴스1

해당 위성의 해상도는 약 30㎝로 서브 미터급 위성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고 한다. 신문지 한 장보다 작은 크기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포착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군사위성은 카메라 해상도가 서브 미터급은 돼야 가로·세로 1m 이하 범위를 위성 사진에서 하나의 점으로 나타낼 수 있어 실효성을 인정받는다. 북한이 최근 쏘아올린 군사위성의 경우 해상도가 3m급으로 평가돼 군 당국은 군사위성으로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찰위성의 성능을 세계 5위 이내로 보고 있다”며 “아리랑 3호보다 3~4배 정밀하다”고 설명했다. 아리랑 3호와 3A호의 해상도는 각각 70㎝급과 55㎝급이다.

북한이 지난 3월 18~19일 실시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 장면.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3월 18~19일 실시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 장면. 조선중앙통신

군 당국은 또 해당 위성이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는 점에도 의의를 부여했다. 주요 구성품의 국산화율은 60~70%이고, 설계 및 조립시험 등은 100% 국산화했다.

북한 핵·미사일 조기 탐지·선제타격 ‘킬체인’ 핵심

1호기 EO·IR 위성은 400~600㎞ 고도의 태양동기궤도로 한반도를 하루 두 차례 일정한 시간에 지난다. 낮 시간대 EO 카메라로 한 번, 밤 시간대 IR 카메라로 한 번 북한을 훑는 식이다.

여기에 전자파를 통해 영상을 만드는 SAR 위성 4기가 가세하면 더욱 촘촘한 대북 감시망이 형성된다. 가시광선에 의존하지 않아 기상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SAR 위성으로 찍은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 EO·IR 위성으로 확인하면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1월 2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11월 2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조선중앙통신

이들 위성 5기가 정상 작동하면 북한을 2시간 단위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향후 초소형 영상 레이더 위성도 개발해 감시 주기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대북 위성 정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 정찰위성 확보로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3축 체계 중 유사시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는 개념인 킬체인과도 연관돼있다.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는 핵심 역량이 정찰위성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정찰위성을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북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의 독자 정찰위성은 적을 압도하는 국방태세의 초석”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하게 탐지하고 독자적 전략표적에 대한 감시능력을 증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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