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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로존 물가 둔화세에 통화완화 기대↑…조심스러운 중앙은행

중앙일보

입력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미국 물가지표가 약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긴축 종료 기대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반 이후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 기대보다 늦게 움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PCE도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하며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PCE는 소비자들이 직전 달에 상품과 서비스 구매에 사용한 금액을 집계하는데, 소비자 행태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Fed가 핵심적으로 참고하는 지표다.

이날 발표된 10월 개인소비 지표도 전월 대비 0.2% 늘어 9월(0.3%)에 비해 둔화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물가와 소비 지표가 경기 둔화 흐름을 보이자 시장에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확신이 퍼지는 모양새다. 다우지수는 1.4% 상승한 3만5950.89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0.38% 올라 마감했다.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카슨 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내년 중반쯤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중론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 장기 국채금리 하락세에 주목하며 “Fed는 금융여건이 완화할 경우 물가 안정 노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썼다. 지난 10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기록하는 등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시장금리를 끌어올렸는데, 당시 Fed는 “우리 일을 대신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가계‧기업 부담을 키우는 등 긴축적인 금융요건이 조성되면서다. 반면 최근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4%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태인데, 이에 따른 파급 영향을 fed가 유심히 지켜볼 거란 얘기다. FT는 “경기 둔화 지표에도 불구하고 fed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났다는 공식 선언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워싱턴DC의 미 연방준비제도(Fed) 건물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5월 워싱턴DC의 미 연방준비제도(Fed) 건물의 모습. AFP=연합뉴스

실제로 이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지속해서 2% 장기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제약적 기조를 한참 동안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시장 기대를 차단했다. 시장은 1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Fed 의장 연설을 경계하는 상태다.

비슷한 기류는 유로존에서도 감지된다. 유로존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4%로 집계되면서 2021년 7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 폭을 보였다. 시장에선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4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ECB 인사들 사이에선 여전히 매파적 발언이 나오고 있다.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유럽 각국이 지급하는 에너지 보조금이 철회되면 물가가 다시 빠르게 오를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의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근원CPI 상승률은 3.6%로 높은 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 등도 거론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ECB와 영란은행(BOE)이 2025년까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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