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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동규 진술 신빙성 인정한 법원…이재명 재판 속도 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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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용에게 ‘대장동 일당 자금 6억 수수’ 유죄판결

돈 종착점 의심받는 이 대표 재판은 8개월째 지체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으며, 진술과 배치되는 객관적 자료가 드러나지 아니하고, 정치자금 전달 당시의 감각적 경험에 대하여 세밀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빙성이 낮지 아니하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유동규씨 증언에 대한 판단이다. 사법부의 유씨 진술 증거력 인정 여부는 국민의 관심사였다. 법원이 유씨 주장의 신빙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 유무죄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부원장 재판부와 이 대표 재판부가 다르지만 통상 앞선 재판의 결과가 후속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혐의에 유죄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은 어제 유동규씨를 통해 남욱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 등을 인정해 김용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김 전 부원장이 “돈 받은 적 없다”고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소용없었다. 유씨는 검찰과 법원에서 이 대표 측근인 김 전 부원장이 2021년에 이 대표 대선 예비경선 자금을 요청해 남 변호사 등에게 돈을 받아 전했다고 증언했다. 이 돈의 종착점이 이 대표였다는 것이다. 유씨는 또 김 전 부원장이 당시 요구한 돈은 20억원이었으며, 이 돈은 대장동 개발 수익 중 이 대표 몫으로 정해진 428억원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와 정민용 변호사 등 대장동 사건 관련자도 같은 맥락의 증언을 했다. 법원이 대장동 일당의 돈이 이 대표 측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 대표가 대가를 노리고 이들을 도왔다는 주장에 힘이 더 실리게 됐다.

김용 전 부원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었다. 이 대표는 유동규씨가 자기와 가깝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고 말했었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선거 조직 관리를 김 전 부원장에게 맡겼다. 이 대표는 계속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어제 선고의 영향으로 그 말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부원장이 주변 사람에게 위증을 교사하며 허위 알리바이를 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장동 사건의 본류는 이 대표 관련 부분이다. 의혹이 불거진 지 2년이 넘었고, 이 대표가 기소된 지도 8개월이 지났지만, 재판은 지지부진하다. 이 대표의 이른바 ‘방탄 단식’에 멈춰 섰고, 재판 불출석 등 때문에 지연됐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 전에 1심 판결도 나오기 어렵다. 다음 대선 때까지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법원이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경구를 되새기며 재판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