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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국관광객 인기 코스, 청와대 보고 여의도 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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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2일 청와대를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의 모습. 지난해 5월 개방한 청와대의 관람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인근 북촌·서촌 일대는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과 소비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현 기자

지난달 22일 청와대를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의 모습. 지난해 5월 개방한 청와대의 관람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인근 북촌·서촌 일대는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과 소비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현 기자

서울관광재단이 서울관광 홍보영상 ‘서울 에디션23’의 주요 촬영지 10곳의 외국인 소비 행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방한 외국인의 신용카드(하나·BC카드) 사용 기록과 통신(LG유플러스) 데이터를 분석한 ‘서울시 주요 상권 외국인 소비분석 보고서’다.

방탄소년단(BTS) 뷔가 출연한 ‘서울 에디션23’은 영상이 공개된 9월부터 두 달간 누적 5억5000뷰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에 광화문광장·남산공원·여의도·북촌 등 서울의 주요 상권 10곳이 등장한다. 영상이 공개된 뒤 이들 지역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니 코로나 사태 이후 외국인의 서울 여행 트렌드가 보였다. week&이 단독 입수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토대로 외국인의 달라진 서울 여행법을 소개한다.

북촌·서촌선 한복 입고 관광 인기

청와대를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인근 북촌한옥마을의 상권도 다시 살아났다. 코로나 기간 사라졌던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중앙포토]

청와대를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인근 북촌한옥마을의 상권도 다시 살아났다. 코로나 기간 사라졌던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중앙포토]

청와대가 뜨자, 북촌과 서촌이 다시 부상했다. 지난해 개방한 청와대의 관람 수요가 크게 늘면서 북촌·서촌 일대는 코로나 전인 2019년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북촌·서촌·청와대 일원의 외국인 소비액은 월평균 약 14억1000만원으로, 2019년 동기간(3억9000만원) 대비 264.1%나 뛰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외국인은 3만1886명이었다(현장 접수 기준). 엔데믹이 본격화된 올해는 이달 19일까지 10만5000명이 다녀갔다. 우리 국민의 관람 열기는 개방 초기보다 주춤해진 것이 사실이나, 외국인 관람 수요는 지난 4월 이후 급속히 증가해 매월 1만 명 이상이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가 외국인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인근의 북촌·서촌 상권도 덩달아 살아났다. 요즘은 외국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말보다 영어나 일본어가 더 흔하게 들린다.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K-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북촌·서촌 일대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콘텐트는 ‘한복 대여’였다.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는 “지난해보다 한복 대여 건수가 50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2일 더 현대 서울. BTS 10주년 기념품을 사러 온 외국 팬들의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지난 6월 12일 더 현대 서울. BTS 10주년 기념품을 사러 온 외국 팬들의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여의도의 성장도 눈에 띈다. 여의도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의 월평균 신용카드 지출액이 143억원으로 2019년보다 31.7% 증가했다. 백화점(75억원)과 숙박(53억원) 분야에서 소비가 많았다. 여의도는 몇 년 전만 해도 금융가 이미지가 강했으나, 2021년 2월 백화점 ‘더 현대 서울’과 특급호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등이 잇달아 개관하면서 글로벌 MZ 세대가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더 현대 서울에 따르면 외국인 구매 고객의 72.5%가 20~30대 젊은 세대다. 특히 전체의 3%에 불과했던 외국인 매출 비중이 올 6월 이후 12%까지 뛰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이브·뉴진스 등 인기 아이돌의 팝업 스토어, 젊은 K패션 브랜드의 지속적인 인기로 글로벌 MZ세대의 유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래드 서울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전에는 비즈니스 목적의 투숙객이 대부분이었는데, 현재는 외국인 여행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인은 익선동, 일본인은 동묘시장

레트로 성지로 뜬 종로구 익선동은 최근 방한 외국인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중앙포토]

레트로 성지로 뜬 종로구 익선동은 최근 방한 외국인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중앙포토]

올해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명소는 어디일까. 지난 10월 통신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북촌한옥마을이 인기 방문지역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익선동과 광화문이 인기 방문지역에 올랐다.

흥미로운 건 국가별로 선호하는 명소가 달랐다는 사실이다. 미국인은 익선동(33.7%)을 제일 많이 방문했다. 좁은 골목을 따라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이 줄지은 익선동은 몇 해 전 ‘뉴트로’의 인기를 타고 서울의 새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요즘은 ‘물 반 외국인 반’이라 할 정도로 외국인 비중이 부쩍 늘었다. 주말이면 가득 찬 인파로 진입이 쉽지 않을 정도다. ‘청수당 베이커리’ ‘자연도 소금빵’ 같은 인기 한옥 카페는 외국인이 문밖까지 줄을 선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카페 ‘한옥랑솜’의 관계자는 “외국인이 테이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때도 잦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의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중국인 관광객은 요즘 청와대(20%) 관람 열기가 뜨겁다. 6년 전 사드 배치 후 사실상 중단됐던 단체 관광도 지난 8월 재개됐다. 청와대 관리활용기획과 박진헌 서기관은 “요즘은 중국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오전 9시 입장 전부터 청와대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동묘시장에서 구제 옷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중앙포토]

동묘시장에서 구제 옷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중앙포토]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한류 패션과 음식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동대문 일대를 찾는 일본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이른바 ‘힙스터의 성지’ ‘구제 시장’으로 유명한 동묘 벼룩시장은 일본 관광객(15.3%)이 유독 많이 찾는 신흥 명소다.

동묘시장에서 만난 미우라 아야노(33)는 “싼값으로 보물을 건질 수 있는 시장으로 일본 젊은 층에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 권혁빈 글로벌1팀장은 “대도시 서울에서 가장 레트로한 동네로 알려지면서 유니크한 관광지를 선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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