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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통째 흔들” 새벽잠 깨운 경주지진, 7년 전 악몽 소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30일 오전 4시 55분쯤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깊이는 12㎞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규모 2.0 이상의 99회 지진 중 2번째 규모이며,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가장 강력했다.

흔들린 정도를 나타내는 계기진도는 경북 지역에서 최대 5로 기록됐다. 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정도다. 이날 경주 문무대왕면 입천마을에서 잠을 자다 강한 진동을 느꼈다는 박말자(59)씨는 “집이 말 그대로 뿌리째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정오까지 7차례 여진이 이어졌지만, 아직 접수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인근 주민들이 이번 지진에 특히 놀란 건 7년 전인 2016년 9월 12일에 기상청 관측(1978년) 이래 가장 강력한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주향이동단층의 운동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단층면을 중심으로 양쪽 땅이 수평 방향으로 엇갈리면서 움직여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7년 전에 발생한 9·12 지진 역시 주향이동단층 운동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지진과 9·12 지진 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봤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이번 지진과 9·12 지진은 20㎞ 정도 떨어져 있고 주변에 단층선들도 분리돼 있기 때문에 다른 구조에 의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이 울산단층의 지류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 지진의 경우 양산단층과 덕천단층 사이에 있는 ‘내남단층’으로 불리는 활성단층이 원인으로 꼽혔다.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은 울산단층의 동쪽 편에서 났는데 울산단층의 가지들과 연관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울산단층 자체가 움직이면 규모 6 이상의 큰 지진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원전 등과 더 가깝기 때문에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앞선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에 의해 응력(應力)이 낮아졌음에도 이번 지진이 발생한 것은 이 지진이 발생한 단층에 임계치에 육박한 응력이 쌓인 상태였음을 의미한다”며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도 있으므로 여진의 추이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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