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 멈추고 개발비도 줄어…‘전기차 짝꿍’ 자율주행 기술 ‘멈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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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짝꿍’으로 불리는 자율주행 기술에 한파가 찾아오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제어가 가능한 전자 부품이 크게 늘어나기에 자율주행 기술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으나 현실은 달랐다.

기아는 올해 연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대형 전기차 EV9 GT를 출시하려 했으나 이를 미뤘다. 기아가 EV9에 적용하려 했던 자율주행 기술은 에이치디피(HDP·Highway Driving Pilot)로 불리는데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다. 연합뉴스

기아는 올해 연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대형 전기차 EV9 GT를 출시하려 했으나 이를 미뤘다. 기아가 EV9에 적용하려 했던 자율주행 기술은 에이치디피(HDP·Highway Driving Pilot)로 불리는데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다. 연합뉴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레벨3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계획을 연기했다. 기아는 올해 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대형 전기스포츠유틸리차량인 EV9 GT라인을 선보이려고 했으나 이를 미룬 것이다. 기아는 EV9 GT라인 계약자들에게 “인도 시점을 구체화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안내문을 발송한 상태다. 레벨3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운전대)을 잡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기아가 EV9에 적용하려 했던 자율주행 기술은 ‘HDP(HDP·Highway Driving Pilot)’로 불리는데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다.

현대차도 EV9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제네시스 G90에 적용하려 했으나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실도로 주행 상황에서 다양한 변수가 생겼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찾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상품성을 갖추기 위해서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레벨3을 벗어난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직 먼 미래다. 기술 장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간보다 광량(光量)이 적은 야간주행 조건은 자율주행차에 더 취약하다. 올 8월 세계 최초로 24시간 달리는 무인택시 크루즈가 도입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야간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달 말 “크루즈 로보택시가 공공도로를 운행하기에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운행 중단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시내 교차로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한 여성이 보행 신호가 들어온 횡단보도를 건너다 일반 차량에 치인 뒤 차선으로 굴러떨어졌다. 이후 같은 차선에서 다가오던 로보택시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로보택시는 여성의 몸에 닿자마자 브레이크가 작동했지만 사고를 막진 못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달 로보택시 크루즈 운행을 중단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무인택시 크루즈는 8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운행에 돌입했지만 사고가 이어지면서 운행 중단을 맞았다.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달 로보택시 크루즈 운행을 중단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무인택시 크루즈는 8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운행에 돌입했지만 사고가 이어지면서 운행 중단을 맞았다. AFP=연합뉴스

사고 이후 카일 보크트 크루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임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야간 혹은 우천 시나 비상 차량 출동 등 도로 조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인간 운전자만큼 빠르게 대응하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크루즈에 투자한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추는 중이다. GM은 29일(현지시간) 크루즈 임직원에 대한 감원과 함께 예산 축소를 발표했다. 메리 바라 GM CEO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크루즈에 대한 실질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뢰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로 미래차 개발에 적극적이던 GM의 장기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교수는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보험이나 법적인 문제는 현재 제도를 보완하면 되지만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제조사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업체 기술 순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구 내비건트 리서치)]

글로벌 자율주행 업체 기술 순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구 내비건트 리서치)]

한편 테슬라는 최근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에프에스디(FSD·Full Self Driving) 12 버전을 배포해 시험하는 중이다. 이번에 배포한 FSD는 레벨3 자율주행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FSD를 정식으로 출시하면 자율주행 기술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의 도입 시기는 가늠할 수 없지만 자율주행 관련 부품들이 신차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관련 산업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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