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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집행유예 확정… 4년간 변호사 자격 정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앞으로 4년간 변호사 등록을 하지 못한다. 연합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앞으로 4년간 변호사 등록을 하지 못한다. 연합뉴스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변호사법에 따라 이 전 차관은 앞으로 4년간 변호사 자격이 정지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이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 등)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0년 11월 음주 상태로 택시에 탑승한 이 전 차관은 목적지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사건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연락해 1000만원을 건네며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 ‘택시 운전석에 앉은 채 폭행을 당한 게 아니라 택시에서 하차한 상태였다고 허위 진술해달라’는 부탁을 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추가됐다. 이에 택시기사는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고, 경찰 조사에서도 이 전 차관의 부탁대로 진술했다.

수사무마, 늑장기소 등 논란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0년 3월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방안' 브리핑을 하는 이 전 차관. 뉴스1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0년 3월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방안' 브리핑을 하는 이 전 차관. 뉴스1

사건을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운전 중이 아니라 정차 중인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운전자폭행이 아닌 단순폭행죄를 적용했고,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해당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2020년 12월 이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지명되고,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며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재수사가 진행됐고, 2021년 6월 ‘이 전 차관이 CCTV 삭제 요청을 했다’는 택시기사의 진술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논란이 커지자 이 전 차관은 결국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특가법상 운전자폭행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이 전 차관을 기소했고, 초기 수사 당시 내사종결 처리한 경찰관도 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해당 경찰관은 내부적으로 감봉 징계를 받았다.

이후 1심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경찰관의 혐의에 대해서는 증명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고,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부장판사, 법무부 차관 출신 변호사… 4년간 변호사 못 해

사법연수원 23기인 이 전 차관은 부장판사를 거쳤고, 사법연수원 교수도 지냈다.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법무부 법무실장을 역임했고, 이 사건 발생 당시엔 변호사 신분이었다. 폭행 사건 이후인 2020년 12월 법무부 차관 자리에 올랐고, 퇴임 후인 2021년 9월 기소됐다. 현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법무법인 화야 소속 변호사다.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고 징계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검찰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곧장 징계개시신청을 하고 변협에선 징계절차 개시 여부 등을 검토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기소 3개월 뒤인 2021년 12월에야 변협에 알려 ‘늑장을 부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2020년 12월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에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해달라’며 진정을 냈지만, 서울변회도 1년이 지난 2021년 12월에야 변협에 징계개시신청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이 전 차관이 ‘재판이 끝난 뒤로 징계를 미뤄달라’며 연기신청을 내 심의정지 상태로 절차가 지연됐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전 차관은 사건 발생 3년 만에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됐다. 변협은 “변호사법 5조에 따라 결격사유가 발생해, 이 전 차관의 변호사 등록은 취소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 전 차관의 변호사 자격이 정지되면서 기존에 진행 중이던 징계는 각하될 예정이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2년이 더 지나야 재등록이 가능하므로, 이 전 차관은 2027년 11월 30일이 지날 때까지는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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