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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발전 이끈 큰스님 가셨다”… 자승스님 입적에 비탄 빠진 동국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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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 연합뉴스

자승 스님.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지난 29일 돌연 입적하면서 동국대학교도 큰 충격에 빠졌다. 동국대에서 중책을 맡으며 학교 발전을 주도해온 큰스님의 빈자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자승스님은 지난 2021년 출범한 동국대 건학위원회의 초대 총재를 맡아 동국대 발전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자승스님의 주도로 설립된 건학위는 각종 학생 장학 사업을 추진하고 건학 이념에 따른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기구다. 최근까지 건학위 총재이자 고문을 맡은 자승스님은 지난 1월 동국대 신년하례식에서 3억원의 건학장학금을 전달했다. 동국대에 따르면 자승스님이 건학위 출범 이후 동국대학교와 의료원, 동국대 부속 초·중·고 등에 후원한 기금은 총 17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 3일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 고문 자승스님이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위원장 돈관스님)에 3억원을 기부했다. 사진 동국대

지난 1월 3일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 고문 자승스님이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위원장 돈관스님)에 3억원을 기부했다. 사진 동국대

자승스님은 동국대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지난 27일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교계 언론 기자간담회에서 “동국대 동문으로서 스스로 ‘동국대 출신’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동국대가 역대 최고 순위인 8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선 “한눈팔고 여유를 가지면 다시 10위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며 “이사장과 총장의 원력과 신심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불교 중흥을 위해 종립학교의 역할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조계종이 승가교육기관으로 운영 중인 4년제 대학 중앙승가대와 동국대가 통합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게 대표적이다. 자승스님은 “학생이 없는 중앙승가대 문제는 동국대 대학 순위보다 더 중요하다”며 “1년에 100억 적자가 나더라도 중앙승가대를 지켜내기 위해 동국대가 뼈를 깎는 인내를 갖고 합병해야 한다”고 했다.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승스님은 “앞으로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다 쏟으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이틀 뒤 경기도 안성의 칠장사에서 돌연 입적했다.

29일 오후 6시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사찰 칠장사에서 불이 나 스님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은 화재 현장에서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고 밝혔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9일 오후 6시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사찰 칠장사에서 불이 나 스님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은 화재 현장에서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고 밝혔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을 접한 동국대 교직원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자승스님께선 등록금 걱정 없고 취업 걱정 없는 동국대를 만들고 싶어하셨다”며 “학교 발전을 위해 애정과 질책을 아끼지 않은 큰스님이셨는데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제주도 등 지방에 출장 중인 동국대 직원들은 30일 오전 서둘러 서울로 복귀했다. 건학위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소식 속에 장례절차를 바로 준비해야 해 모두가 경황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중인 타살 가능성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동국대의 한 관계자는 “유서가 나온 만큼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의 장례를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분향소는 조계사와 봉은사, 자승 스님의 출가 본사인 용주사에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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