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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처럼 봐주기? '5대 비위' 의원들 소명서 받은 野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천 심사를 앞두고 재판에 넘겨졌거나 중대 비위에 연루된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소명서를 제출받았다.

민주당 중앙당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지난 20~24일 당내 형사소추됐거나 성폭력·음주운전·금품수수·채용비리·갑질 등 5대 비위 사건에 연루된 현역 의원들에게 해당 사건 관련 소명서를 제출받았다. 소명서엔 ▶기소 여부 ▶재판 진행 과정 ▶혐의에 대한 소명(사실관계, 법적 판단) 등을 기술하도록 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자료도 첨부하도록 했다. 선출직평가위는 공문에 “위원회는 형사소추 내용과 공직윤리와의 관련성, 소명의 내용 등을 검토하여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감점을 하지 아니하거나 감점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제21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 규정도 소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문을 받은 의원은 모두 소명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대상자엔 이재명 대표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현재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대선 후보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고 발언한 데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019년 본인 재판 관련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지난 3월 이 대표가 대장동 등 의혹으로 처음 기소됐을 때 긴급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이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했으나, 지난달 12일과 16일 이 대표가 각각 배임(백현동)과 위증교사 혐의로 추가기소됐을 땐 이에 대해 별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소명서는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지난 29일 1심 선고를 받은 황운하(징역 3년)·한병도(무죄) 의원도 제출했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하명수사 등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황 의원은 1심서 3년형을 선고받자 “윤석열 정권의 황운하 죽이기 보복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위반 등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위반 등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그밖에 민주당 의원 10여명이 소명서를 제출했다. 2020년 한 사업가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된 노웅래 의원, 기부행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임종성 의원, 토지거래 허가 구역 내 땅을 불법 매입한 혐의로 2022년 5월 기소돼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경협 의원 등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여러 혐의로 줄기소된 당 대표에 대해 정치탄압이라며 덮어놓고 갔는데, 다른 의원은 기소됐다는 이유로 감점하겠다면 당사자가 가만히 있겠나”라며 “결국은 소명서를 거둔 뒤에 당 대표와 비슷한 취지로 봐주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총선을 앞두고는 기소된 현역을 엄격하게 쳐내야 새로운 인물을 받아들일 공간이 생기는데, 지금은 당 대표가 껴있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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