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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사랑방’ 20년 박종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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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듣는 이 적어도 풍월은 계속” 

권혁재의 사람사진/ 풍울당 박종호 대표

권혁재의 사람사진/ 풍울당 박종호 대표

"아무도 듣지 않으니 음반을 만들지 않는다는 논리를 믿지 않습니다.
공급이 없기 때문에 수요가 없는 겁니다.

수요가 없어서 공급이 없다는 말,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이는 경제 논리와 상반된 말이다.
하나 다시 곱씹어 보면 요즘 시대에 더없이 필요한 말일 수도 있다.

풍월당 20주년 기자회견장에서 박종호 대표가 한 이 말엔

20년간 풍월당을 유지해 온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풍월당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다. 음반 매장, 클래식 음악 강의 공간, 음악 감상실이 있으며. 세계적 연주자들의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풍월당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다. 음반 매장, 클래식 음악 강의 공간, 음악 감상실이 있으며. 세계적 연주자들의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풍월당’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리 땅에서 음반 가게가 우후죽순 없어지던 2003년 문을 열었다.

이후 없어진 음반을 살려내고, 클래식 강좌를 열고, 책을 냈다.
그 결과로 클래식 애호가의 사랑방이자 보루가 됐다.

이 모두 정신과 의사였던 박종호 대표로부터 비롯된 터였다.

사실 이렇게 시작한 풍월당은 10여년간 적자였다.

당연한 결과였을 터다. 기울어진 음반 시장에 발을 디뎠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풍월당은 20년을 버텨왔다.
'공급하면 수요가 생긴다'는 철학으로도 버틴 게다.

박 대표와 20년을 같이한 풍월당 최성은 실장의 소회는 이러했다.

“박 대표는 단 한 번도 제게 돈을 물은 적이 없었어요.
그냥 그 길이 맞으면 가시는 분이니까요. 병원 하시면 돈 벌 텐데….
그런 박 대표 덕분에 풍월당이 20년을 유지하고 있는 거죠.”

풍월당 20주년 기념으로 연광철의 한국 가곡집 ‘고향의 봄’이 나왔다.

2년 전부터 기획했던 이 음반은 도중에 엎어질 위기가 있었다.

판매량이 적어 제작이 어렵다는 세계적인 음반사의 통보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풍월당은 이 음반을 결국 만들어 냈다.

회원 200여 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직접 음반 제작을 한 게다.

풍월당 곳곳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남긴 흔적이 있다. 결국 이 흔적들이 우리 음악의 역사가 될 터다.

풍월당 곳곳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남긴 흔적이 있다. 결국 이 흔적들이 우리 음악의 역사가 될 터다.

이 또한 “공급이 없기 때문에 수요가 없는 겁니다”는 그의 말,

다시 말해 ‘공급이 있어야 수요가 생긴다’는 그의 철학이 이뤄낸 결과다.
풍월당이 클래식 애호가의 사랑방이자 보루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