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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살리고, 숙련기술 활용…기업 ‘퇴직 후 재고용’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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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정보통신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중장년을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중장년 고용 우수기업 사례집’을 29일 발표했다.

KT는 2만1000여명의 직원 중 50대 이상 중장년이 약 60%다. 20년 넘게 장기근속 후 퇴직하는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60세 정년퇴직 후 2년간 직무와 근무지를 유지하며 기술과 비결을 전수하는 ‘시니어컨설턴트 제도’를 통해 매년 정년퇴직자의 15%를 재고용한다. 50세 이상 직원의 제2의 인생을 지원하는 ‘내일설계휴직제도’를 통해 최대 4년간 휴직하며 자격증이나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올해 3월 정년퇴직한 후 재고용된 김정걸 KT 시니어 컨설턴트는 “매일 해오던 일이 없어지면 무력감이나 우울함이 올 수 있는데, 정년퇴직 이후에도 하던 업무를 계속할 수 있어서 좋다. 직장 동료, 후배들과 소통하며 내가 가진 업무 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일이 있어야 삶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해 65세까지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장 경험과 기술 전문성이 필요한 건설업 특성상 중장년 건설 명장의 숙련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년은 60세지만, 해외 현장 근로자 중 70세도 있을 정도로 본인이 희망하는 만큼 재고용을 통해 일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장직의 경우 경력을 가진 중장년도 상시 채용함으로써 매년 50대 이상 직원이 꾸준히 입사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60세 정년 이후 최대 3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촉탁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다음 세대에 숙련기술을 전수하는 사내 기술교육원 전문교수로 임용하기도 한다. 지난 2013년, 57세의 나이로 정년퇴임한 이후 승강기 기술교육원에 재고용된 장혜준 전문교수가 그 사례다.

크라운제과는 2016년에 정년을 62세로 연장했고, 정년 이후에도 약 50%를 재고용하고 있다. 재고용된 중장년 직원을 위해 무거운 재료를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리프트를 설치하고, 생산 특성상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이동식 에어컨도 설치했다. 이외에도 전체 직원의 74% 이상이 50세 이상인 한국정보기술단, 신규 채용 시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 대원버스, 연령 대신 경력을 우선시하는 영동병원 등이 우수 사례로 함께 꼽혔다.

현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은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노총도 최근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계속고용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노총은 법정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정년연장이 자칫 청년 취업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재고용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계에선 자율적으로 각 회사에 맞는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계속고용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크라운제과 측은 “회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사정에 맞게 인적자산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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