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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종료 기대감 커졌다…'매파' 월러, 금리 인하 가능성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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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미 달러화 가치가 석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간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던 고금리 기조가 오래 가지 않을 거란 기대에서다. 연방준비제도(Fed) 내에서 매파(긴축 선호)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

2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행사에서 월러 이사는 “현 통화정책은 경기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2%)으로 되돌리기에 적절한 수준이라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완화가 지속하는 추이를 보면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매파 인사인 월러 이사 입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5.25~5.5%)에서 한 차례 더 동결한 뒤, 내년 상반기쯤 인하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CME페드워치는 내년 5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다. 비 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월러 이사의 발언이 이렇게까지 비둘기파적으로 기운 적이 없었다”며 “이번 발언은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또다른 매파 인사인 미셸 보우먼 Fed 이사가 “필요한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시장은 월러 이사의 발언 등에 더 무게를 뒀다. 앞서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시장 기대를 키웠고,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통화 당국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황금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하자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4%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1%, 0.29% 상승했다. 반면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32%로 전날에 비해 0.07%포인트 떨어졌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0.16%포인트 급락한 4.73%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2대에서 움직이며 지난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 약세에 29일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일 종가보다 4.1원 오른(환율은 하락) 1289.6원에 마감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노동통계국]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노동통계국]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기 위해선 미국 물가 지표가 관건이다. 월러 이사는 “앞으로 공개되는 경제지표를 통해 물가 압력이 심화한 것으로 확인되면 추가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단서를 단 상태다. 시장은 30일 발표될 10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를 주목하고 있다. PCE는 체감 경기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Fed가 선호하는 핵심 지표다. 시장은 10월 근원 PCE 물가지수(식품‧에너지 제외)가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9월(3.7%)보다 낮은 수치다. 앞서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예상치를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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