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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테크’로 주목받던 고급 위스키…글로벌 불경기에 창고서 먼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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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대체투자 시장에서 이른바 ‘주(酒)테크’로 주목받던 고급 위스키 가격이 주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세가 장기화하면서 사치품 수요가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투자은행 노블앤코에 따르면, 올해 ‘파인 앤 레어(fine and Rare)’ 등급의 싱글몰트 위스키 경매 낙찰가가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10년 만에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인 앤 레어’ 싱글몰트 위스키는 700㎖ 혹은 750㎖ 병당 1000파운드(약 164만원) 이상에 팔리는 고급 위스키를 뜻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이뤄진 8500건의 경매에서 평균 낙찰총액은 2700만 파운드(약 441억원)였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 하락한 수치다. 노블앤코는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에서 봉쇄가 이뤄진 2020년 하락 폭(51%)을 빼고 보면 7%는 2012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고급 위스키는 ‘투자 피난처’로 주목받으며 몸값을 올렸다. 금리 상승기에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변동성이 덜한 위스키 경매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특정 연도에 한정 생산된 위스키는 갖고만 있어도 값이 뛴다. 알콜 도수가 높아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의 한 청년이 아버지로부터 매년 선물 받아 모은 ‘맥캘란 18년’ 싱글몰트 위스키 28병을 팔아 집을 장만한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버지가 쓴 돈은 5000파운드(약 818만원)였는데, 2020년 4만 파운드(약 6500만원)로 가치가 불어나면서다. 노블앤코는 “지난해엔 코로나19 이후 경매시장이 회복한 영향 등으로 낙찰가가 19% 상승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는 등 세계적으로 명품 수요가 부진하자 위스키 경매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체 투자처 중 흠이 거의 없던 고급 위스키 지위가 악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썼다. 조니워커·기네스 등의 주류 브랜드를 소유한 디아지오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매출이 부진하다”며 올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축소해 발표했다.

최근에는 무역 분쟁 그림자도 위스키 시장에 드리웠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철강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버번위스키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다. 현재는 양측이 2024년까지 조치를 유예하기로 합의한 상태지만 위스키 업계는 최종 합의가 불발돼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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