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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만원 빚, 성매매까지 몰렸다…호스트에 홀린 日여성 실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년 전 처음으로 남성 접객원이 나오는 '호스트 클럽(호스트 바)'에 가봤다는 일본인 여성 A씨. "귀엽다" "네가 좋아"라고 말해주는 호스트들에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 자주 찾게 됐다. 한 업소의 호스트와 연인 같은 관계가 되면서 한 회 방문에 수만 엔(약 수십만 원)씩, 축하 샴페인을 딸 때는 약 10만~20만 엔(약 90만~18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

돈이 없을 땐 외상도 했다. 그렇게 호스트 클럽에 바친 돈이 2년 사이 1000만엔(약 9000만원) 정도까지 늘었다. A씨는 쌓인 외상을 변제 하기 위해 호스트 클럽의 알선으로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 2월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스트 클럽이 몰려있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스트 클럽이 몰려있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소개된 20대 일본 여성의 사례다. 일본에서 손님들의 지불 능력을 넘는 요금을 청구해 빚을 지게 하고 이 돈을 받기 위해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일명 '악질 호스트 클럽'이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전국에서 피해 사례가 이어지자 입헌민주당이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을 만들어 이번 회기 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남성 접객원이 나오는 '호스트 클럽'이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쿄(東京)의 경우 신주쿠(新宿)의 가부키초(歌舞伎町) 일대에 몰려 있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악질 호스트 클럽'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난 것은 올해 가을부터다. 경시청이 9월부터 가부키초 인근에서 성매매 목적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81명을 적발해 조사했는데 이 중 약 40%가 "호스트 클럽 외상을 갚기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고 답을 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도쿄 가부키초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지난 16일 악질 호스트 클럽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도록 전국 도도부현경에 지시했다. 오사카(大阪)부 경찰도 지난 22일 밤 실태 파악을 위해 오사카 시내 호스트 클럽 약 60곳에서 출입 검사를 했다.

피해자 상담 단체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규제가 해제되면서 피해 사례 상담이 느는 추세다. 게다가 일본에서 지난해부터 성인 연령이 만 18세로 조정되면서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정치권, 법안 마련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악질 호스트 클럽들은 특정 이벤트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겨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을 쓴다. 예를 들어 호스트의 생일에 샴페인 잔을 쌓아 놓고 술을 붓는 '샴페인 타워' 등을 하면 하룻밤에 100만 엔(약 900만 원) 이상이 청구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빚을 진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구조에는 범죄 집단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도 나섰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일명 '악질 호스트 클럽 피해대책추진법안'을 추진 중이다. 유흥이나 음식으로 인한 고액의 채무를 막기 위한 것으로 ▶실태 조사 ▶피해자 상담·지원 체제 확충 ▶업소나 종업원 교육 등을 내용으로 담는다. 우선 성매매방지법이나 소비자계약법 등 현행법의 범위 내에서 운영하면서 시행 1년 후 새로운 조치를 검토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지난 20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야당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호스트 클럽 이용객이 빚 상환을 위해 성매매를 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단속과 상담 체제 강화 등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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