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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도 깜짝 "기증해달라"…'30m 사격' 장치 만든 태국인 부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8년 무사증(무비자) 제도로 한국으로 들어온 태국인 A씨(29)는 입국 90일이 지나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돈을 버는 게 입국 목적이었던 그는 자국에서의 농장일 경험을 살려 경남 소재 농장 등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낚시를 좋아하던 A씨는 수렵용 발사장치를 제조하는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접했고, 한국에서 만난 태국인 아내 B씨(40)와 함께 발사장치를 제조‧판매하기로 결심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였다.

 공학을 배워본 적 없던 A씨 부부는 유튜브를 통해 발사장치 구조와 설계를 익혔고, 시행착오 끝에 유튜브 영상에 나온 제품보다 정교한 불법 발사장치 제작에 성공했다. 총포화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발사장치로 발사된 탄환의 운동에너지는 0.02킬로그램미터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실험 결과 A씨 부부가 만든 발사장치로 발사한 화살촉 운동에너지는 2.38킬로그램미터를, 쇠구슬 운동에너지는 0.75킬로그램미터를 기록했다. 화살촉을 15㎝ 거리에서 쏠 경우, 화살촉이 신체에 7~10㎝ 박힐 정도의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인 A씨는 불법 발사장치에 발사대와 빨간 십자선이 그려진 조준경을 부착해 정확성을 높였다. 클리크 수정을 통해 영정 조절도 가능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태국인 A씨는 불법 발사장치에 발사대와 빨간 십자선이 그려진 조준경을 부착해 정확성을 높였다. 클리크 수정을 통해 영정 조절도 가능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여기에 발사대와 빨간 십자선이 그려진 조준경을 부착해 정확성을 높였고, 클리크 수정을 통해 영점 조절도 가능했다. 배율 조정까지 가능한 발사장치도 있어, 최대 사거리가 30m나 되는 원거리 사격도 가능했다. 국과수 관계자가 연구를 위해 경찰에 A씨의 발사장치를 기증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발사장치의 성능이 뛰어났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화살촉과 쇠구슬을 발사할 수 있는 불법 발사 장치를 제조·판매한 태국인 A씨 부부와 불법 발사 장치를 구매‧소지한 태국인 9명을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구속된 A씨는 지난 9월 21일 검찰에 송치했고, B씨 등 8명을 강제 출국 조치했다. 한국 체류 자격이 있는 구매자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 중이다.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열린 화살촉 등 발사 가능한 불법 발사 장치를 제조 및 판매한 태국인 등 11명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경찰이 압수한 발사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열린 화살촉 등 발사 가능한 불법 발사 장치를 제조 및 판매한 태국인 등 11명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경찰이 압수한 발사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총 420회에 걸쳐 6500만원 상당의 불법 발사장치가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사장치의 원가는 4만원 정도로, 조준경 유무 등 기능에 따라 9만~15만원에 팔렸다. A씨는 발사장치 완제품을 택배로 발송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품을 나눠서 판매했다. 구매자들은 A씨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영상을 통해 발사장치를 조립했다고 한다.

 경찰은 구매자들이 주로 낚시와 수렵을 위해 불법 발사장치를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의 발사장치로 인한 인명 피해도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거주하던 비닐하우스와 구매자들로부터 발사장치 15정을 압수했고, 구매자 인적사항과 거주지를 토대로 관할 경찰서에 불법 발사장치 회수를 요청했다.

A씨는 2021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총 420회에 걸쳐 6500만원 상당의 불법 발사장치가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페이스북 캡처

A씨는 2021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총 420회에 걸쳐 6500만원 상당의 불법 발사장치가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페이스북 캡처

경찰 관계자는 “위험한 발사장치가 강력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며 “국내 외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발사장치의 위법성과 위험성에 대한 계도 활동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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