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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탔던 동해안 ‘바다열차’ 멈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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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2007년 7월부터 강릉~동해~삼척 해안을 운행해 온 국내 1호 관광열차 바다열차의 모습. [중앙포토]

2007년 7월부터 강릉~동해~삼척 해안을 운행해 온 국내 1호 관광열차 바다열차의 모습. [중앙포토]

강원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달리는 ‘바다열차’가 1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최근 공지사항을 통해 강릉~동해~삼척 해안을 오가는 바다열차를 12월 26일 운행 종료한다고 밝혔다. 국내 1호 관광 열차인 바다열차는 2007년 7월 운행을 시작해 16년간 해안선을 달렸다. 운행 구간은 강릉~동해~삼척 해변 53㎞다. 편도 1시간10분 거리를 주중과 주말 왕복 2~3회 운행했다.

바다열차는 노후 디젤 열차를 활용해 차별화한 내부 공간과 외부 디자인으로 넘실거리는 동해와 주변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특별열차다. 승객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의자가 바다를 향하는 독특한 구조다. 바다열차는 총 4호 차와 프러포즈실로 구성돼 있다. 1호 차는 30석, 2호 차 36석, 3호 차 6석, 4호 차 42석이다. 객실에 따라 커플 좌석, 가족석 등을 갖췄다. 3호 차엔 스낵바도 있어 바다를 보며 간단한 음식도 즐길 수 있다. 객실과 객실 사이에는 프러포즈실 3개가 있는데 이곳을 예약하면 와인과 초콜릿, 승무원의 사진 촬영 서비스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고 한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정동진역을 포함해 명사십리 동해 망상해변, 아름다운 풍광을 갖춘 삼척해변 등을 기차 안에서 감상할 수 있어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누적 이용객만 195만 명에 이른다.

2007년 8월 20일엔 동해안에서 휴가를 보내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이용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부부는 강릉역에서 탑승해 특실 1호 차 23~24번 석에 앉았다. 이처럼 관광객에게 많은 추억을 남긴 바다열차가 운행을 종료하는 것은 코레일과 강릉·동해·삼척시간 신차 도입 분담금 이견 때문이다.

코레일은 전체 열차 운행 예산 140억원 중 절반을 코레일이 부담하고 나머지를 3개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하지만 지자체가 난색을 표시하자 운행을 종료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기존 열차가 노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열차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자체 분담 없이 코레일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신차 도입을 위한 지자체 분담비와 매년 지급해야 할 운영비 등을 협의하는 회의가 몇 차례 열렸다”며 “3개 지자체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아쉽게도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바다열차를 탈 수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마지막으로 열차를 타보려는 관광객의 예약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12월엔 주말과 크리스마스 연휴에만 운행하는데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한 관광객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다열차 운행 종료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에 최근 다시 바다열차를 타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바다열차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바다열차는 운행 종료에 앞서 11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열차 안전 점검을 위해 운행을 하지 않는다. 마지막 열차는 크리스마스날인 다음 달 25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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