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이 부산의 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7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며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6대 그룹 총수(삼성·SK·현대차·엘지·롯데·포스코)들도 지난 23일부터 파리를 방문해 경제 외교에 힘을 보탰다. 말 그대로 민·관이 힘을 합친 총력전이다. 국내 일정으로 27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제가 감기에 걸렸다”며 쉰 목소리로 양해를 구한 뒤 “다들 열심히 하고 계시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장은 올해 사실상 매달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해외 출장길에 나서왔다.
국무총리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 총리와 최 회장, 현장에 머무는 재계 인사 등은 이날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BIE총회 투표권이 있는 회원국 인사를 만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외교부 2차관 등 정부 고위직 인사도 최종 교섭에 힘을 보탰다. 최 회장 등은 BIE 회원국의 맞춤별 경제협력수요를 파악해 한국과의 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제안하며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24일 파리에서 오·만찬과 리셉션 행사 등을 열며 파리 주재 BIE 대표단을 만나 “여러분도 아시는 ‘한강의 기적’의 출발도 바로 부산항이었다”며 “대한민국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국제 항구도시 부산에서 2030년 부산 엑스포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61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갖는 절호의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지도록 끝까지 부산 개최의 염원을 모아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파리 시내 곳곳에는 ‘EXPOSITION UNIVERSELLE DE 2030 a Busan Coree’(2030년 세계박람회는 대한민국 부산에서)’라는 홍보 문구가 도시를 뒤덮고 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6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LG는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 개최를 지지합니다’ 프랑스어 광고 문구를 덧씌운 2층 대형 버스를 운행 중이다. 파리의 시내버스 2028대 옆면에도 ‘부산을 응원해 달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파리 명소 곳곳에 “부산은 준비됐다”는 슬로건을 래핑한 아이오닉6와 EV6 아트카를 투입했고, 삼성전자는 국립 오페라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의 대형 옥외 광고에 ‘갤럭시 Z 플립5’ 이미지와 부산 엑스포 로고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엑스포 개최지는 BIE 총회에서 28일(현지시각) 오후 투표로 결정된다. 한국 시간으론 이르면 28일 자정, 혹은 29일 새벽쯤에 투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에 도전한 도시는 한국의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곳이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122표) 이상 득표하는 도시가 나오면 곧바로 결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결선 투표로 다득표 국가가 개최지로 선정된다. 1차 투표에선 사우디가 앞서있지만, 부산은 결선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 26일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고마운 분들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국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