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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한 알에 2만원…태국 왕족도 홀렸다, 킹스베리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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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1일 충남 논산 농가에서 박형규 논산킹스베리 연합회장이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시원한 온도에서 따야 신선함이 오래가기 때문에 오전 3시부터 수확이 진행된다. 사진 홈플러스

지난 21일 충남 논산 농가에서 박형규 논산킹스베리 연합회장이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시원한 온도에서 따야 신선함이 오래가기 때문에 오전 3시부터 수확이 진행된다. 사진 홈플러스

지난 21일 충남 논산 노성면에 있는 한 딸기 농가. 이날 오전 영하 2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였지만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땀이 날 정도로 후텁지근했다. 오전 10시에 도착했지만 이미 딸기 수확이 거의 다 끝난 상태였다. 40년 경력의 박형규(70‧논산 킹스베리연합회장)씨는 “딸기는 시원할 때 따야 신선도가 오래가기 때문에 오전 3시부터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 ‘킹스베리’ 딸기 수확 현장 가보니

박씨는 이곳에서 2016년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킹스베리’라는 신품종 딸기를 재배했다. 충남 농업기술원 논산딸기연구소가 일본의 ‘아키히메(장희)’라는 품종을 따라잡기 위해 9년 연구 끝에 개발한 품종이다. 일반 딸기보다는 두 배 이상 크다. 박씨는 “신맛이 없어 어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딸기는 땅에서 1m 높이에서 수경 재배식으로 길러지기 때문에 농부들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된다. 하우스 옆 사무실 탁자에는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온 외국인 바이어 명함이 눈에 띄었다. 농업회사법인 부성의 김영석 대표는 “밀려드는 납품 요청에 수출 가격을 일정하게 맞추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지난 21일 충남 논산 농가에서 수확한 킹스베리. 대형마트에서 1만9990원에 판매된다. 한 알에 2500원 정도 하는 수준이다. 동남아에서는 한 알에 2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사진 홈플러스

지난 21일 충남 논산 농가에서 수확한 킹스베리. 대형마트에서 1만9990원에 판매된다. 한 알에 2500원 정도 하는 수준이다. 동남아에서는 한 알에 2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사진 홈플러스

태국처럼 아열대 국가들은 더운 날씨 영향으로 현지에서 딸기를 재배하더라도 단맛이 약하다. 그래서 킹스베리는 부유층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상품은 태국 왕족 등에게 한 알에 2만원에 팔린다. 현재 7개국에 수출되고 있지만 앞으로 22개국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농약 대신 녹조류의 일종인 클로렐라로 병충해를 막는 재배 기법으로 까다로운 유럽 안전 기준도 통과했다.

박씨는 “친환경 재배 방식 덕분에 여기서 난 딸기는 씻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된다”고 전했다. 박씨의 농가에서는 킹스베리로만 연간 3억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이 가운데 70%는 대형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홈플러스 서울 잠실점 등 수도권 5개 점포에서 킹스베리가 사전 출시됐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킹스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딸기 전체 매출이 30% 올라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8개가 담긴 한 팩의 마트 판매 가격은 1만9990원(행사 카드 결제 시)이다. 딸기 한 알에 2500원쯤 하는 셈이다. 킹스베리 개발을 주도했던 충남농업기술원의 딸기연구소 이인하 육종팀장은 “초창기에는 한 알에 4000원에 거래됐었다”며 “최근에는 재배 농가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충남 논산 농가에서 박형규 논산킹스베리 연합회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지난 21일 충남 논산 농가에서 박형규 논산킹스베리 연합회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일반 딸기보다 물러지기 쉬워 충격을 완화해 주는 스티로폼을 한 알씩 일일이 감싸서 한 층으로만 포장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하트 모양의 팩에 두 알이 들어간 선물 상자가 인기다. 농가 옆 선별장에 가보니 플라스틱 박스에 ‘왕왕’ ‘왕특’ ‘특킹스’라고 써져 있는 종이가 눈에 띄었다. ‘왕특’은 한 알에 42g 이상 기준인 킹스베리다. 박씨는 “어른 주먹만한 ‘왕왕특’ 킹스베리는 한 알에 100g이 넘어가 어린 아이가 먹는 경우 배불러서 한 알을 다 못 먹을 정도”라고 전했다.

논산 킹스베리연합회에 소속된 농가들은 농업회사법인도 차려 유통·수출·온라인 판매도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킹스베리연합회에 소속된 농가는 200곳으로, 비닐하우스 기준 1000동을 운영하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3년 안에 소속 농가를 500곳으로 늘리고, 향후에는 1000곳을 채우겠다는 게 목표다. 홈플러스는 논산 농가들과 손잡고 올해와 내년 여름까지 한 시즌 킹스베리 매출이 전년도보다 150% 늘릴 예정이다.

다른 식품‧유통 업체도 딸기 수확철을 맞아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21일부터 ‘딸기 라떼’를 한정 출시했다. 2019년 첫 출시 이후 봄 스테디셀러 음료로 자리 잡아 누적 판매량이 530만 잔을 돌파했다. 올해는 딸기 수확철에 맞춰 평년보다 3개월 출시를 앞당겼다.

파리바게뜨‧투썸플레이스 등도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에 딸기가 들어가는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 21일부터 40개 딸기가 박힌 9만8000원짜리 딸기 케이크를 사전 예약 받고 있다.

2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에서 킹스베리가 진열돼 있다. 한 팩에 1만9990원에 판매된다. 사진 홈플러스

2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에서 킹스베리가 진열돼 있다. 한 팩에 1만9990원에 판매된다. 사진 홈플러스

지난 21일 충남 논산 농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킹스베리를 포장하고 있다. 물러지기 쉬워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사진 홈플러스

지난 21일 충남 논산 농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킹스베리를 포장하고 있다. 물러지기 쉬워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사진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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