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판 '발사의 왼쪽' 노린다…군사위성 올린 김정은 '다음 야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정부는 지난 23일 저녁 목란관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성공을 기념해 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행사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와 부인 이설주도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정부는 지난 23일 저녁 목란관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성공을 기념해 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행사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와 부인 이설주도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동북아시아의 하늘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1일 북한이 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역내 국가들의 군사위성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도 오는 30일 독자 정찰위성을 발사한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은 이미 군·정부용 고해상도 정찰위성을 통해 주변국의 군사 동향을 들여다보는 정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찰위성이 중요한 것은 이른바 한국과 미국의 북한 핵위협 대응 전략인 ‘킬체인’의 ‘눈’에 해당하는 전력이기 때문이다. 킬체인은 평소 정찰위성 등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세밀하게 감시해, 북한이 핵 도발 등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때 선제적으로 관련 군사시설을 타격해 제거하는 전략을 말한다. 사전 탐지 후 벌이는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 핵심이다.

미국은 최근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이란 개념도 쓰고 있다. 상대국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사이버 공격, 전자기탄(EMP) 등을 통해 교란을 일으켜 미사일 발사 자체를 막거나 엉뚱한 곳에 떨어지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미사일 요격 단계를 발사 준비→ 발사→상승→ 하강으로 나눌 때, 발사보다 왼쪽에 있는 발사 준비 단계에서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를 위해선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로 적 미사일의 지휘통제소나 표적장치를 공격해야 하는데 정찰위성을 포함한 미국의 압도적 감시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군사작전이다.

'주먹(핵)'+'시력(위성)' 모두 가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이 정찰위성을 가지게 되면서 한·미의 전략에 큰 변수가 생기게 됐다. 정찰위성 전력을 확장·고도화하면 북한도 상대국의 군사 동향을 파악하는 ‘사전 탐지 능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움직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킬체인 움직임을 북한이 미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듣는 군사정보를 바탕으로 한·미의 군사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에 머물렀는데, 이제 자체 위성 확보로 세밀하게 한·미를 들여다보는 길이 열렸다”며 “현재 기술 수준이 낮아도 향후 전력을 고도화할 경우 북한판 ‘발사의 왼편’ 작전도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북한은 구글어스로 타격 목표를 정해야 할 판이었다”며 “정찰위성 확보는 ‘주먹(핵무기)’ 만 키운 북한이 ‘시력(표적 탐지 능력)’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도 북한에 맞서 자체 정찰위성 확보에 나선다. 한국군은 30일 미 캘리포니아주(州)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Space X)의 팰컨9 로켓을 통해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다. 이후 내년 4월부터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정찰위성 4기를 더 쏘아 올려 대북 감시망을 더 구축할 계획이다. SAR 위성은 악천후에도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로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미·중·러·일, 정찰위성 경쟁 활발

한국과 북한을 제외한 동북아 국가들은 이미 최첨단 정찰위성을 활발히 운용 중이다. 미국의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UCS)’이 집계한 ‘위성 데이터베이스와 우주 발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미국은 500여 개의 군·정부 위성을 운용 중이다. 중국(360여 개), 러시아(120여 개), 일본(35개) 역시 다수의 위성을 가동 중이다. 이중 군사첩보 위성만 따지면 미국은 189개, 중국 100여 개, 러시아도 약 100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미국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인공위성 방위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미 국방부 산하 국가정찰국(NRO)은 "2032년까지 정찰위성 수를 4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9월엔 미 우주군과 NRO가 함께 개발한 새로운 정찰위성 ‘사일런트 바커’가 발사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위성은 지구에서 약 3만5400㎞ 상공에 배치돼 중·러의 우주선을 추적하는 데 쓰이게 될 것”이라며 “미 우주군은 사일런트 바커 위성을 2026년까지 지속적으로 발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2026년까지 저궤도 구간에 1000기의 스파이 위성을 띄우는 차세대 군용 정찰위성 프로젝트 ‘블랙잭’도 가동을 시작했다.

위성 파괴 능력 키우는 중·러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17호가 지난달 26일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17호가 지난달 26일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우주공간에서 위성을 통한 우주무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발사된 중국의 위성 스젠(實踐·SJ)-17은 문어발처럼 생긴 로봇팔을 통해 궤도에 떠 있는 다른 위성을 제거하는 작업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미세 물체(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다른 국가의 위성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챈스 살츠만 미 우주작전사령관은 지난 3월 “중국의 우주기술 무기화는 예상보다 빠르며 이미 심각한 수준의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또 2027년까지 1만2992기의 소형 위성을 발사해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궈왕(國網)'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위성을 통한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1차 목표이지만, 스페이스X의 3700여 개 스타링크 위성을 감시하고, 필요 시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의 위성 요격 미사일(ASAT)인 PL-19 누돌. 지난 2021년 옛 소련의 첩보위성을 격추했다. 유튜브 Armies Power 계정 캡처

러시아의 위성 요격 미사일(ASAT)인 PL-19 누돌. 지난 2021년 옛 소련의 첩보위성을 격추했다. 유튜브 Armies Power 계정 캡처

러시아도 2년 전 ‘위성 요격 미사일(ASAT)’ PL-19 누돌을 통한 위성 요격 시험에 성공하며 위성 우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26일엔 "2036년까지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 등 기체 2000대 이상을 쏘아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같은 달 27일엔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군용위성을 탑재한 중급 미사일 ‘소유즈-2.1b’ 로켓도 발사했다. 양 연구위원은 “위성 수에서 미국에 열세인 중·러는 전세 역전을 위해 위성 파괴 기술 개발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지난 2003년부터 정보수집위성(IGS)으로 불리는 정찰위성을 발사해 현재 총 8기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야간과 구름 있을 때도 감시 가능한 IGS-R 7 위성을 발사해 시험 운용 중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에서 위성 경쟁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한국 역시 정찰 위성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위성 운용 규모를 늘리고 정찰 기술 고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