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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보다 숨진 게 낫다” 울던 아빠…50일만에 생환한 9세 딸 안고 미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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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하마스에 납치됐던 에밀리 핸드가 25일(현지시간) 50일 만에 돌아와 아버지 토머스 핸드와 재회했다. [사진 IDF 홈페이지 캡처]

하마스에 납치됐던 에밀리 핸드가 25일(현지시간) 50일 만에 돌아와 아버지 토머스 핸드와 재회했다. [사진 IDF 홈페이지 캡처]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가느니 차라리 숨진 게 낫다”는 인터뷰로 전 세계를 울린 이스라엘 아빠의 9살 딸이 50일 만에 극적으로 돌아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일시휴전 이틀째인 이날 하마스가 석방한 이스라엘 인질 13명 중 에밀리 핸드(9)가 포함됐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홈페이지에는 에밀리가 아빠 토머스 핸드(63)와 재회하며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에밀리는 이날 2차 석방된 인질 중 한 명으로 이집트 라파 국경을 거쳐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에밀리는 지난달 7일 가자지구와 가까운 이스라엘 비에리 키부츠에 있는 친구 집에서 잠자던 중 하마스에 납치됐다. 에밀리의 사연은 그동안 아버지 토머스의 인터뷰 등으로 여러 차례 알려졌다.

당초 에밀리는 하마스의 기습 직후 살해됐다며 사망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토머스는 지난달 11일 방송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에밀리를 찾았다. 사망했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저 ‘네(yes)’라고 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며 “왜냐하면 그게 내가 아는 가능성 중 가장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어 “그들(하마스)이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는지 안다면, 그게 죽음보다 나쁜 것”이라며 “그러니까 죽음은 축복이다. 절대적인 축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에밀리의 장례식을 열어 앞서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옆에 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은 같은 날 풀려난 힐라 로템이 한국 방문 중에 한복을 입고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은 같은 날 풀려난 힐라 로템이 한국 방문 중에 한복을 입고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지난달 31일 에밀리가 아직 살아있으며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참사 현장에서 에밀리의 시신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고, 함께 있던 친구 가족의 휴대전화 신호가 가자지구 내에서 잡혔다고 통보했다.

한편 에밀리는 인질로 잡혀 있던 지난 17일 생일을 맞아 9살이 됐다. 납치 50일째인 25일 돌아오게 된 에밀리는 늦게나마 아빠와 함께 생일을 축하할 수 있게 됐다. 에밀리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힘들고 복잡한 심경의 50일이 지나고, 이 감정을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없다”며 에밀리의 구출에 도움을 주고 그동안 가족들을 위로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토머스는 “에밀리를 다시 안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한 모든 인질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날 합의대로 인질과 수감자 2차 맞교환을 이어갔다. 하마스는 이날 가자지구에 붙잡힌 이스라엘 인질 13명과 태국인 4명을 석방했다. 인질들은 3~16세 미성년자 7명, 18~67세 여성 6명 등 대부분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있었던 키부츠 비에리 출신이다.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중에는 어머니와 함께 납치됐던 13살 소녀 힐라 로템도 포함됐다. 이스라엘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이 공개한 사진 중에는 힐라가 한국 방문 중에 한복을 입고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포함됐다. 힐라는 지난달 7일 비에리 키부츠의 자택에서 어머니 라야 로템(54)과 함께 하마스에 납치됐다.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에 따르면 힐라의 어머니 라야는 아직 인질로 억류돼 있는 상태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들 단체는 그러면서 하마스가 어머니와 가족을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인질 13명 중 12명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라마트간에 있는 셰바 메디컬센터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이 병원의 이타이 페샤크 원장은 “다행스럽게도 12명의 인질은 응급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라며 “우리는 그들을 육체적·정신적으로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그간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수감됐던 팔레스타인인 39명을 풀어줬다. 이들 중 33명은 10대 소년이고, 6명은 여성이다. 앞서 일시휴전 첫날인 전날에는 1차 석방으로 이스라엘 인질 13명, 외국인 11명이 풀려나고, 이스라엘에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이 석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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