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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中인구 4억 감소' 얘기도 나왔다…"올 신생아 49년이후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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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중국의 저출산 현상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지난해 1000만 명에 이어 올해 900만 명 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결혼을 꺼리는 비혼(非婚)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중국의 초혼 인구는 1051만7600명. 사상 처음으로 1100만 명 선이 깨졌다. 이혼율도 늘고 있다. 출산 적령기 여성 인구도 감소 추세다. 결혼할 여성이 줄고, 여성이 있어도 결혼이 줄고, 결혼을 해도 출산을 기피하고, 이제 신생아가 줄어든다. 풍부한 노동력과 거대한 소비시장을 뒷받침한 ‘인구 프리미엄’을 자랑하던 중국의 성장 엔진이 식고 있다.

중국의 한 신혼부부 커플이 혼인신고를 마친 후 결혼등기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1년만에 마이너스 인구성장을 기록한 이후 올해 1949년 이후 최저 출생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한 신혼부부 커플이 혼인신고를 마친 후 결혼등기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1년만에 마이너스 인구성장을 기록한 이후 올해 1949년 이후 최저 출생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어지러운 사회, 아이까지 겪게 않겠다”

중국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배경에는 미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안감이 자리한다. 연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기하며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청년 취업난이 치솟았다. 한국처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이 유행했던 부동산 시장도 만신창이가 됐다. 2년 차 직장인 왕산어(王杉兒·25, 가명)는 중앙일보에 “내 아이를 키울 정도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며 “어지러운 사회에 아이까지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차오제 베이징대 의학원 주임 겸 중국공정원 원사. 의학과학보 캡처

차오제 베이징대 의학원 주임 겸 중국공정원 원사. 의학과학보 캡처

의학계와 인구 전문가들의 전망도 잿빛이다. 차오제(喬傑) 베이징대 의학부 주임 교수 겸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 8월 “중국 신생아가 최근 5년 만에 약 40% 줄었다. 올해는 700만~800만 명 선에 그칠 것”이라며 “여성의 수태 능력을 촉진하는 연구가 인구 증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차오 교수는 불임(不姙) 연구에 획기적 투자를 촉구했다.

여성 줄고, 결혼 줄고, 출산 기피 

인구 전문 싱크탱크인 ‘위와(育媧)인구연구’의 인구전문가 허야푸(何亞福)는 “올해 신생아는 지난해 보다 약 10% 줄어든 850만 명 내외”로 전망했다. 허야푸는 “가임적령기 여성의 지속적인 감소, 결혼을 꺼리는 비혼 풍조, 젊은 부부의 출산 기피 추세가 인구 감소의 3대 원인”으로 지적했다.

위와인구연구는 당국이 실질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2040년 12.77억 명→2050년 11.72억 명→2060년 10.32억 명→2070년 8.78억 명으로 인구 감소를 전망했다. 위와의 추산에 따르면 2070년 중국은 신생아 234만 명, 노동 인구 4.56억 명, 노인 인구 3.82억 명의 나라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 5월 제기한 중국의 성장이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는 ‘피크 차이나’ 이론의 중국 버전인 셈이다.

중국의 신혼부부 커플들이 베이징 자금성 성벽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1년만에 마이너스 인구성장을 기록한 이후 올해 다시 1949년 이후 최저 출생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EPA=연합뉴스

중국의 신혼부부 커플들이 베이징 자금성 성벽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1년만에 마이너스 인구성장을 기록한 이후 올해 다시 1949년 이후 최저 출생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EPA=연합뉴스

한 여성이 평생 평균 몇 명의 자녀를 낳는가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TFR)은 지난해 중국이 1.09로 한국의 0.778을 뒤쫓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2.0을 기록했다. 유엔 인구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을 차지했다.

지난해 유아원 5610곳 문 닫아

신생아가 줄자 보육 시설의 감소세도 빨라지고 있다. 전 중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안후이(安徽)성 푸양(阜陽)시 린촨(臨泉)현(229만 명)에서만 올해 들어 50개 유아원이 문을 닫았다. 현 내 사립 유아원 전체의 4분의 1에 육박한다고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가 최근 보도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 중국에서 유아원 5610곳이 문을 닫았다. 저출산에 따른 연쇄반응은 머지않아 초·중·고교와 대학교 등 중국의 교육 생태계 전반에 파급될 전망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출산 양극화도 시작됐다. 첫째는 줄고 다자녀는 증가세다(표). 지난달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신생아 956만 명 중 둘째는 38.9%, 셋째 이상이 15.0%를 차지했다. 첫째의 비율과 각각의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허야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첫째 비중은 46.1%로 2016년 이후 시작된 절반 이하 추세를 이어갔다. 첫째 비중은 2013년 924만 명에서 441만명으로 10년 만에 52.27% 감소했다. 첫째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건 아예 출산 자체를 꺼리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 부부가 늘고 있음을 뜻한다.

2016년 시작한 두 자녀 정책도 반짝 효과에 그쳤다. 2016년 1015만 명이었던 둘째는 지난해 372만명으로 줄었다. 세 자녀 정책도 마찬가지다. 세 자녀 정책을 도입한 2021년 전후로 셋째 이상은 149만→154만→143만 명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13차 전국부녀자연합회 전국대표자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여성들이 기립 박수를 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13차 전국부녀자연합회 전국대표자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여성들이 기립 박수를 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년 전 대비 이혼율 25% 폭증

이혼율 증가도 우려된다.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197만 쌍이 이혼했다.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25%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21년 1월 발효된 개정 민법은 충동 이혼을 막기 위해 ‘냉정기간’을 마련해 이혼신고서를 제출한 지 30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줄어들었던 이혼율은 올해 다시 반등했다. 출산적령기 여성도 감소 추세다. 20~39세 여성은 오는 2030년까지 2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충분한 대비 없이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을 폐지하면서 급증한 사망자 통계는 아직 공식 발표 전이다. 내년 1월 2023년 인구 통계에 187만 명대로 추산되는 코로나19 사망자를 반영할 경우 저출산에 더해 중국의 인구 감소 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는 61년 만에 처음으로 85만명 인구가 감소했다.

전통적 가족관 부활, 효과 미지수

중국 당국은 저출산 해법으로 전통적인 가족관의 부활을 제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30일 신임 여성단체 지도부를 집무실인 중난하이로 불러 “젊은이들의 결혼·출산·가정관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고 출산 지원을 촉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파격적인 출산 장려책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리창(李强) 총리는 지난 3월 전인대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인구증감이 초래할 문제에 대해 깊은 분석과 연구 판단을 거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일각에선 저출산 해법은 아직 개최 여부가 불분명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1978년 이후 3중전회는 체제 개혁을 논의하는 장이었다. 이젠 저출산 대책이 중국 체제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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