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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하늘에 매달린 항산 현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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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현대의 건축 기술은 무한히 발달해 길이 100m가 넘는 컨벤션홀도 가능하고,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도 쉽게 건설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불가능이 없을 기술의 시대에도 지상을 떠나 ‘하늘에 걸려 있는’ 건축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건축은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무거운 바닥을 들어 올리는 기술이며, 공중에 떠 있는 건축이란 아예 중력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는 최후의 열망이다.

중국 산시성의 현공사(懸空寺)는 명칭부터 공중에 매단 건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불교 국가였던 북위 왕조 491년에 당시 수도인 다퉁 부근에 창건한 사원으로 전한다. 중국의 오악 중 하나인 항산 계곡의 절벽 중턱에 붙인 듯, 60m 높이로 떠 있다. 암벽에 수평으로 구멍을 뚫고 나무말뚝을 박아 넣어 내민보를 만들고 그 위에 좁고 길게 목조 데크를 조성해 인공 대지로 삼았다. 절벽에 수직으로 걸친 가느다란 기둥들이 내민보의 끝부분을 받쳐 무거운 건물의 무게를 더욱 안정되게 지지한다. 구조를 분석해보면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원리지만, 내민보들은 숨어있고 20여 개의 지지 기둥들은 가늘어 형태적으로 떠 있어 보이니 현공사이다.

공간과 공감

공간과 공감

사원의 진입 영역은 축대를 쌓아 조성했으나 본 영역은 두 개의 3층 누각을 공중에 띄웠고 그사이를 떠 있는 목조 다리로 연결했다. 이 사원은 특이하게 유교·불교·도교를 일체화하여 신앙한다. 두 개의 3층 누각에는 6개의 예배실을 만들어 불교와 도교의 여러 신상을 모시고 그 중 삼교전에는 공자·부처·노자를 함께 모셨다. 3교 합류의 사원이라 천상에 짓고 싶었는지, 계곡에 넓게 펼쳐진 평지를 피해 어려운 절벽을 택했다.

『걸리버 여행기』의 공중정원 라퓨타부터 SF영화 ‘엘레시움’의 공중도시까지 떠 있는 건축은 인류 상상력의 영원한 결정판이 되어왔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현공사의 절경에 감탄해 ‘장관’이라는 글씨를 새겼으나, 이 시성의 표현이라기엔 너무나 부족한 상상력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