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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남혐 아냐?" 업계 발칵 뒤집은 '집게 손가락'…넥슨 사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게임 영상이 남성 혐오 논란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게임사들이 휴일임에도 잇달아 광고 영상을 검토하는 등 진상 조사를 하고 사과하는 소동을 벌였다.

엄지와 집게손가락 모양에 대한 항의가 나오자 넥센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진 인터넷 캡처

엄지와 집게손가락 모양에 대한 항의가 나오자 넥센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진 인터넷 캡처

넥센이 올린 사과문. 연합뉴스

넥센이 올린 사과문. 연합뉴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에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쓰이던 '남성혐오 손 모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등장했다.

해당 손 모양은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집어드는 형태다. 과거에는 ‘작은 차이’ 등을 뜻하는 의미 등으로 통용됐던 제스처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성별에 따른 갈등이 심화하면서 일각에선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21년에도 GS25와 치킨업체 BBQ등이 광고 홍보물에 이같은 손가락 모양을 사용한 뒤 논란이 커지자 사과한 바 있다. 당시 해당 손가락 모양에 대해 "남혐의 의미가 담긴 동작이다"라는 주장과 "지나친 해석"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2년전 손가락 동작 논란을 일으켰던 GS25 포스터. 사진 인터넷 캡처

2년전 손가락 동작 논란을 일으켰던 GS25 포스터. 사진 인터넷 캡처

스튜디오 뿌리가 올린 사과문. 연합뉴스

스튜디오 뿌리가 올린 사과문. 연합뉴스

이번에 논란이 된 게임영상에서도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남성혐오 메시지를 넣었다는 의혹과 비판이 일부 남성 네티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들은 스튜디오 뿌리에 소속된 한 애니메이터가 "페미니즘에 경도된 게시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지속해서 올렸다"면서 "회사 간의 계약으로 이뤄진 작업물에 개인의 혐오 및 반사회적 사상을 숨겨 넣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메이플스토리 제작사인 넥슨은 자정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회사는 곧바로 올린 사과문에서 "해당 홍보물은 더는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산업은 남성 소비자의 비중이 커 관련 기업들이 빠르고 예민하게 대응한 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제작사에 영상 외주를 맡긴 다른 게임 제작진도 이날 진상 파악에 나서 부적절한 표현이 담긴 다른 영상도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넥슨이 배급 중인 던전앤파이터는 이원만 총괄 디렉터 명의로 "불쾌한 감정을 주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문제가 된 범위가 넓을 수 있기 때문에 빠짐없이 검토하겠다"고 공지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김용하 총괄PD 명의 게시글에서 "영상 홍보물 중,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된 점을 확인했다"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영상들에 대해서는 진위 확인과 빠른 조치를 위한 비공개 처리가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에픽세븐을 만든 김윤하 PD도 "PV 영상의 일부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조사 중"이라면서 "관련 리소스 조사 및 비공개 조치를 진행 중이며,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안내하겠다"고 했다.

문제의 영상을 만든 제작사도 공식 사과했다. 문제를 일으킨 스태프는 대기조치됐다. 스튜디오 뿌리는 이날 오후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입장문을 올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믿고 일을 맡겨주신 업체들,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분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스태프의 발언도 모두 확인했다. 게임의 방향성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런 발언들로 해당 영상이 연관되게 한 점 정말 죄송하다"면서 "해당 스태프가 작업했던 컷은 리스트업해 각 게임사에 전달했고, 후속 조치를 위해 대기 중"이라고 했다.

다만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손동작이 영상 곳곳에 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선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아니다"면서 "해당 스태프는 키 프레임을 작업하는 원화 애니메이터로서 모든 작업에 참여하나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청사가 괜찮다면 의혹이 있는 장면은 책임지고 수정하겠다"며 "해당 스태프는 앞으로의 수정 작업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작업하고 있던 것도 회수해 폐기하고 재작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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