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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줘라" 기아 노조 분노했다…4억원 들인 티셔츠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뉴스1]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뉴스1]

 기아자동차 광명 소하리 공장 조합원들은 지난해 9월 노조가 지급한 단체 티셔츠를 받고 당황했다. 노조는 2만8200벌의 티셔츠를 쟁의기금 4억6000만원을 들여 장당 1만6000원에 구매했다.

가구업체 라벨이…

티셔츠는 면도 아닌 나이론 86%·폴리우레탄 14% 합성 소재로 상당수는 라벨이 가위로 잘려있었다. 일부 티셔츠에는 의류업체가 아닌 한 가구업체의 이름이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품질이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합원들은 티셔츠를 찢거나, “이게 1만6000원짜리 티셔츠냐” “개나 주라”는 글을 쓴 사진을 공유하는 등 반발했다. 일부 조합원은 지난 1월 국민신문고에 “노조가 재고품을 사서 준 것 같다. 이 사건을 수사해 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결국 조합원들의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조합원 단체 티셔츠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입찰 업체와 짜고 가격을 부풀리고, 뒷돈을 받은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1부(부장 조희영)은 업무상배임과 배임수재, 입찰방해, 금융실명법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등 혐의로 기아차 노조 총무실장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A씨와 공모한 단체복 제작·납품업체 관계자 6명과 범행을 도운 노조 관계자 5명 등 11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문제된 기아자동차 노조의 티셔츠 입찰선정 사양서. 연합뉴스

문제된 기아자동차 노조의 티셔츠 입찰선정 사양서. 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8월 티셔츠 구입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는 방법으로 B업체가 낙찰받도록 조작한 뒤 리베이트 명목으로 1억4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납품업체 선정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A씨는 입찰에 참여한 C 업체에게 더 높은 가격을 쓰도록 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쓴 B업체가 낙찰되도록 조작했다. 이런 방법으로 B업체는 장당 원가 1만300원짜리 티셔츠를 1만5400원으로 올려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다른 노조 관계자 등의 차명 계좌를 이용해 뒷돈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납품업체가 입찰 비리 범행으로 취득한 범죄수익 4100여만원과 A씨가 수수한 리베이트 1억4382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감찰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추가 관련자가 개입했는지와 구조적인 비리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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