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출 신기록' 이 상품에 놀랐다…보험업계에 '여풍' 거센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메쎄에서 열린 경기도 여성취업박람회 '경기여성 잡 페스타 2023'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메쎄에서 열린 경기도 여성취업박람회 '경기여성 잡 페스타 2023'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여성 임원을 늘리고 여성전용보험 상품 개발과 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서는 등 ‘여심’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쉬코노미(SHE+Economy)’ 시대,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험에 대한 잠재 수요를 더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ㆍ한화생명ㆍ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DB손해보험ㆍKB손해보험ㆍ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의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은 지난 3분기 기준 42명으로 1년 새 8명 늘었다.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은 9.4%로 여전히 10%가 채 안 되지만 여성 리더 육성에 힘을 쏟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 여성 임원 비율이 17.2%인 삼성화재는 2030년까지 전체 여성 직원 50%, 전체 여성 관리직 30%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이 늘면서 여성 임원 비중도 점차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팸테크(female+tech)’ 시장을 선점하려는 보험사들의 경쟁 역시 활발해졌다. 팸테크란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기술 및 상품ㆍ서비스 등을 말한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6월 ‘여성을 가장 잘 아는 보험사’를 목표로 ‘라이프플러스 펨테크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출시한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은 유방ㆍ난소ㆍ자궁ㆍ갑상선 암 진단비 등 여성 특화 통합 진단비를 보장하고 출산 지원 패키지, 난임케어 패키지 특약으로 차별화를 시도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4개월간(7~10월) 평균 매출액이 11억3000만원에 달한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월 매출 11억원대는 보장성보험 단일 상품 가운데 최대 실적”이라며 “앞으로도 여성을 위한 보험상품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병력이 있는 임산부도 간편 심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 전용 ‘임산부ㆍ아기보험’을 출시했다. 앞서 지난 6월엔 여성 맞춤 특약을 탑재한 여성 전용 운전자보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생보사들도 앞다퉈 여성 관련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DB생명은 지난 1일 여성 질병을 집중 보장하는 ‘레이디케어 암보험’을 선보였다. 유방암ㆍ자궁경부암이 발생하지 않고 생존 시 2년마다 건강관리자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어 지난 9일에는 팸테크 스타트업 쓰리제이와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여성의 질 미생물을 분석해 맞춤형 질 유산균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KDB생명도 이달 들어 여성 질병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다빈도 질병 보장 특화와 간병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원하던 여성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자궁내막증 진단 및 여성 특정 질병 수술 보장을 제공하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통원 치료 시 통원급여금을 1회당 최대 60만원으로 설계했다. 앞서 교보생명과 흥국생명도 각각 ‘실속여성건강종신보험’과 ‘흥국생명 GOGO다담은 여성건강보험’ 등으로 여심 공략에 나섰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보험 상품이 많아지는 배경 중 하나로 ‘쉬코노미(SHE+Economy)’가 꼽힌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경제 영역에서 여성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아시아 의뢰로 조사한 결과 2019년부터 2026년까지 아시아(일본 제외) 여성의 보유 자산은 연평균 10.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8.3%), 서유럽(5.8%)에 비해 높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또한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미국 여성의 금융자산이 2020년 10조달러 규모에서 2030년 30조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융ㆍ투자의사결정권을 보유한 부유층 기혼 여성이 5년전에 비해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이를 토대로 금융사가 베이버부머 여성고객을 유지하면 기존 수익의 33%를 추가 창출할 수 있고,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 층 여성을 유지ㆍ확보하는 경우 매출성장률이 4배 더 향상될 것으로 추정했다.

앞으로는 단순 보험 상품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여성 특화 건강관리 서비스가 더욱 진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펨테크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는 2020년 402억 달러(약 52조1112억원)에서 2025년 751억 달러(약 97조3521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신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ESGㆍ자산관리연구실 연구원은 “여성의 경제력이 확대되고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여성을 새로운 중요 고객군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은 금융 혜택 위주에서 벗어나 비금융서비스를 통해 여성 고객의 니즈를 최대한 세심하게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