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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넘어 결혼하는 여성, 괜히 1년 기다리지 말고 '이것'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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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동행 ③ 더 나은 난임 치료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0년째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매년 태어나는 출산아가 줄면서 인구 절벽 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추락하는 출산율을 멈추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난임 부부의 직접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난임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 ‘탄생의 동행’ 마지막 주제는 더 나은 난임 치료다.
임상 현장에서 난임 부부를 진료하면서 난소 노화에 맞서는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신지은 교수와 송파 마리아플러스 김상돈 부원장에게 한국의 난임 치료 현실과 난임 인식 개선 필요성을 대담을 통해 들었다.

김상돈 송파 마리아플러스 부원장

난임 치료 늦어질수록 임신 늦어져
치료 필요성 알리는 정책 지원 절실

신지은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

난자 동결은 가임력 지켜주는 대안
출산 장려 위해 난임 휴가도 늘려야

Q. 결혼이 늦어지면서 난임 치료를 받는 것이 요즘 같은 시대엔 특별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김상돈 부원장(이하 김) 우리나라는 결혼이 점차 늦어지면서 출산도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 평균 초혼 연령은 지난해 기준 남자 33.7세, 여자 31.3세로 만혼이 일반화됐다. 산모들의 평균 출산 연령도 33.5세로 매년 조금씩 늦어지는 추세라 걱정이다. 출퇴근 시간에 5분 늦게 출발하면 도착지에는 30분 이상 늦어질 수 있다. 난임 치료가 바로 그렇다.

신지은 교수(이하 신) 한국은 난임 치료 수준이 높아 난임 치료를 미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우리나라의 난임 치료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미국·캐나다·유럽 등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고령 산모도, 여성암 환자도 도전적으로 시도해 임신에 성공한다. 그런데 난임 치료 수준이 높아졌다고 난임 치료를 늦게 시작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난임 치료는 타이밍이다. 가임력이 떨어지는 30대 중반부터는 전문적인 난임 치료를 시작해야 수월하게 임신·출산에 이를 수 있다. 주변에서 40대에도 난임 치료로 임신에 성공했다는 경험담에 안심하지 말아라. 그건 정말 여러 번 시도해 어렵게 성공한 성공 케이스다.

Q. 초저출산 극복에 난임 치료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 같은데.

아이를 낳고자 하는 출산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 난임 치료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난임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화로 경제적 부담이 줄면서 난임 치료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도 늘었다. 정부에서 난임 부부에게 인공수정·체외수정 등 보조생식술 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한 첫해인 2006년에 5500명의 아이가 난임 치료로 태어났다. 이후 난임 치료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2015년에는 1만9103명, 2016년에는 1만9736명, 2021년에는 2만1219명으로 늘었다.

공감한다. 결혼이 점점 늦어지는 상황에서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은 보편적 복지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생식 능력이 급격히 낮아지는 35세 이상 여성의 출산 비율은 2012년 18.8%에서 2022년 35.7%로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난임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늦은 시점에 임신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Q.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임신 시도 자체가 미뤄지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중요한 포인트다.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임신에 이르기까지 오래 걸린다. 그래서 난임 자체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우선 난임 치료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국가에서 암 예방을 위해 국가암검진을 실시하는 것처럼 일정 나이가 됐을 때 선제적으로 가임력을 점검할 수 있도록 난소 상태를 측정하는 AMH(항뮬러관호르몬) 검사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결혼·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검사 결과에 따라 난자 동결 등 적극적으로 난임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진료 현장에서 정말 체감하는 부분이다. 예전보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 35세 이상 여성이면 난임 기준인 결혼 후 1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난임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생물학적 나이를 먹을수록 생식 능력은 비가역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임신을 위해 더 많은 노력·비용을 투자하고 복잡한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한다. 쉽게 갈 길을 어렵게 가게 된다. 다행히 대부분의 난임은 빠른 의학적 개입으로 대처할 수 있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더 빨리 난임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한다.

Q. 반복적 난임 치료를 견디지 못하고 중단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난임 스트레스는 난임 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의 85% 이상은 난임으로 정서적 고통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 난임 치료는 부부 공동의 미션이다. 하지만 여성의 몸에서 난임 치료가 이뤄지는 탓에 난임 치료의 체력·심리적 부담이 아내에게 집중된다. 난임 치료 당사자인 여성은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매일 맞으면서 배가 뭉치는 통증으로 일상적 업무 수행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힘든 난임 치료가 여성 혼자만의 일로 느껴지지 않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정서적 안정을 도와야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난임 스트레스로 임신이 더 어려워질 뿐이다. 난임 스트레스는 그저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다. 힘든 상황을 감내하기보다는 전문적인 심리 지원을 받을 것이 좋다. 정부에서도 권역별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통해 난임 부부의 정서 지원을 위한 일대일 심리 상담, 자조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Q. 난임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난임 휴가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난임치료휴가를 보장한다. 현행법은 근로자가 인공수정·체외수정 등 의학적 시술 행위가 이뤄진 날에만 휴식·안정을 위해 연간 최대 3일(유급 1일, 무급 2일)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과배란을 유도하고, 혈액·초음파 검사로 난자 상태를 살피는 등 2개월 코스의 난임 치료를 위해 최소 7번 정도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고작 연 3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난임 치료를 몇 사이클 돌리면 그해 연차를 모두 소진하기 쉽다. 난임치료휴가를 늘리는 것이 실질적 난임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난임 병원에는 아침·야간 진료를 운영하지만 예약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난임 부부 입장에서는 진료조차 힘들다고 느껴질 수 있다. 간혹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근로자, 대기업 근로자 등은 비교적 쉽게 난임치료휴가를 내기도 하지만 일부다. 회사마다 난임치료휴가를 쓸 수 있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난임 치료 기간 중에 본인이 쓰고 싶을 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기준이 정해주면 좋겠다.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시간이 갈수록 가임력은 떨어지는데 난임 치료를 받으면서 업무를 병행하는 것을 버거워한다. 결국 여러 번 난임 치료를 시도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난임 치료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Q. 난자 동결 등이 여성의 가임력을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나.

당장 결혼·임신 계획이 없을 때 가임력을 지켜주는 대안이다. 예전에는 항암·방사선 치료나 자궁·난소 수술을 앞둔 여성이 난소 기능 상실을 대비해 이뤄졌지만 요즘엔 가임력 보존을 위해 보험처럼 난자를 얼리는 경우가 늘었다. 계속 정자를 만들어내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평생 쓸 수 있는 난자가 제한적이다. 난자 노화는 35~38세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상대적으로 젊었을 때 난자를 냉동 보관해 두면 미래 출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난자 동결도 생물학적 나이가 중요하다. 난자를 얼려두는 것을 고민 중이라면 35세 이전에 시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난자를 얼릴 수 있지만 난자 동결 시기가 늦어질수록 임신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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