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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어디까지 가느냐였다" 니혼햄ㆍ에인절스, 오타니의 선택이 만든 결과들

중앙일보

입력

다큐멘터리 영화 ‘오타니 쇼헤이-비욘드 더 드림’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큐멘터리 영화 ‘오타니 쇼헤이-비욘드 더 드림’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올 시즌 투수로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타자로 타율 0.304, 95타점, 44홈런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한 사람이 이룬 성취다. LA 에인절스의 선발투수이자 지명타자인 오타니 쇼헤이(29ㆍ일본) 얘기다. 그는 올해 만장일치로 MVP(최우수 선수)를 차지했다.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두 번 이상 만장일치 MVP 선정도 처음이다. '야구의 유니콘' 오타니의 육성을 듣는 다큐멘터리 영화 ‘오타니 쇼헤이-비욘드 더 드림’이 디즈니+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디즈니+ 다큐 ‘오타니 쇼헤이-비욘드 더 드림’

초등학교 3학년 리틀리그에서 야구 경력을 시작한 오타니 쇼헤이는 고교 시절부터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이자 홈런 타자로 주목받았다. 그 시절부터 최고의 야구선수를 꿈꿨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고교 1학년 때 썼다는 ‘드림 보드’를 보면, 중앙에 ‘프로 8개 구단 1순위 지명받기’를 적고, 주변에 이를 위한 세부 실천 과제를 빼곡히 적었다.

MLB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전설적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오타니의 야구보다 이게(드림 보드가) 더 인상적”이라고, 일본과 MLB에서 모두 인정받은 홈런 타자 마쓰이 히데키는 “난 이런 목표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전 MLB 투수 마르티네스가 오타니의 고교 1학년 시절 만다라트 보드를 손에 들고 있다. 영화 '오타니 쇼헤이-비욘드 더 드림' 예고편 캡처.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 MLB 투수 마르티네스가 오타니의 고교 1학년 시절 만다라트 보드를 손에 들고 있다. 영화 '오타니 쇼헤이-비욘드 더 드림' 예고편 캡처.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졸업 후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던 오타니는 2013년 MLB 대신 일본 리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5년 뒤에야 MLB에 진출했다. 27개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최종 선택은 LA 에인절스였다. 그는 왜 이런 의외의 선택을 했을까. 영화는 중요한 국면마다 오타니가 내린 선택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끌로 파듯 되짚어간다.

일본 리그, 그것도 니혼햄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덕분에 확실하게 투타(投打) 겸업의 경지를 일궈 나갈 수 있었다. 모두가 ‘투수 오타니’만 원할 때 니혼햄만 ‘타자 오타니’에도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니혼햄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투수로) 포지션을 일찍 택했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더 빨라졌겠지만, 문제는 어디까지 가느냐였다"고 돌아봤다. 오타니는 구리야마 감독과 함께 니혼햄의 우승을 이끌고, 올해 WBC 일본 국가대표로 출전해 전승을 이끈다.

MLB에서는 왜 에인절스였을까. 니혼햄의 선배 투수이자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도 "오타니가 텍사스 레인저스도, 샌디에고 파드리스도 아닌 LA 에인절스를 택해 모두 놀랐다"며 선택의 배경을 궁금해 한다. 오타니의 답은 "충분히 판단한 뒤 직감에 따랐다"는 것. 그리고 그의 직감은 적중했다. 오타니의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는 "다른 팀이었다면 바로 정규 시즌에 내보내지 않았을 수 있다"고 돌아봤다.

 마르티네스ㆍ마쓰이ㆍ다르빗슈 등 오타니가 꼽은 야구 영웅들과의 문답식으로 편집한 다큐멘터리 영화 ‘오타니 쇼헤이: 비욘드 더 드림’.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르티네스ㆍ마쓰이ㆍ다르빗슈 등 오타니가 꼽은 야구 영웅들과의 문답식으로 편집한 다큐멘터리 영화 ‘오타니 쇼헤이: 비욘드 더 드림’.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인절스에 입단한 덕분에 미디어의 지나친 주목을 피해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오타니가 MLB 진출 초기 적응에 애를 먹었을 때도, 중간에 부상으로 슬럼프가 왔을 때도 에인절스는 그의 ‘투타 겸업’을 지지해 줬다. 다른 구단이었으면 둘 중 하나만 제대로 하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강팀이 아니었기에 이후 5년간 포스트 시즌을 뛸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전체를 보면 좋은 선택을 한 셈이다. 물론 의외의 선택들이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 된 것은 오타니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일 거다.

연출을 맡은 도키가와 도루 감독은 "지금까지의 경력 만으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에 충분했다"며 "오타니에게 다큐를 위해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하려면 새롭고 재미있는 것이 필요할 터, 그래서 그의 어린 시절 영웅들과 이야기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는 이렇게 오타니가 야구 영웅으로 꼽았던 이들과 그가 문답하듯 전개된다.

그러나 주요 경기의 승부처나 인물의 부침 같은 스포츠 다큐 특유의 명장면을 기대한 팬이라면 실망스러울 수 있는 구성이다. 지금 전 세계 야구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선수를 다뤘음에도 가족ㆍ지인 같은 주변인들의 밀착 인터뷰는 없다. 때문에 승부의 박진감이나 인물의 입체감은 덜하다. 시작과 함께 나오는 퀸의 노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라든가, 고교 1학년 때의 드림 보드를 뒤집어 미래의 꿈을 적는 마지막 장면 또한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진부함을 안긴다.

꿈을 적어두는 습관이 있는 오타니는 영화에서도 붓에 먹을 찍어 '세계제일'이라고 적는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꿈을 적어두는 습관이 있는 오타니는 영화에서도 붓에 먹을 찍어 '세계제일'이라고 적는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오타니는 6살 때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 꿈은 평범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야구장 밖의 삶,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는 어떨까, 야구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어디까지 가고자 할까 궁금하지만,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타니 쇼헤이-비욘드 더 드림’은 디즈니+로 스트리밍되는 영화 중 대만에서만 지난 17일 공개 이후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24일 현재 일본에서는 2위, 한국은 3위, 정작 오타니가 활약 중인 미국에서는 10위권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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