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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야권 단일화 무산…친미·친중 후보 오차범위 내 접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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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02면

막 오른 대만 총통 선거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치러질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의 향방에서 중대한 변수였던 야권 단일화가 무산됐다. 이로써 대만 선거전은 현 집권여당인 민진당과 제1 야당인 국민당, 제2 야당인 민중당의 3파전으로 막이 올랐다. 야권 단일화가 무산됨으로써 중국과 거리를 두고 친미, 친서방 외교를 지향하는 민진당이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가 됐으나 선거 판세는 여전히 예측불허인 상황이다. 차기 대만 총통 선거가 이전 선거들에 비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첨예해진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대만 유권자가 친중과 반중, 양안 공조와 대만의 독자성 등 어떤 대외 성향의 정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제 정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24일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는 각각 후보 등록을 마쳤고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는 등록을 포기했다. 허우유이 국민당 총통 후보는 이날 오전 러닝메이트인 자오샤오캉 부총통 후보와 함께 대만중앙선관위를 찾아 후보 등록을 했다. 허우 후보는 “대만을 구하고 인민을 편안하게”라는 선거 구호를 외친 뒤 “중화민국을 반드시 우리 손에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야당 후보 통합 회담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이루지 못했다”며 “이 어려운 선거 승리를 위해 국민당은 모든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커원저 민중당 후보도 이날 오전 별도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양당이 협력해 정권 교체를 성사시켜야 했지만 마지막 순간 이념적 차이를 느꼈다”며 “원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선거를 치르고 서로 공격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민당과 민중당은 지난 15일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총통·부총통 후보를 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여론조사 오차범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국민당은 오차범위를 6%로 할 경우 여섯 번 여론조사에서 5대 1로 앞섰다고 주장한 반면 민중당은 3% 오차범위에선 3대 3 동률을 이뤘다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단일화 추이를 예의주시하던 여당 민진당은 국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천스리 민진당 캠프 대변인은 “국민당은 대만 자주국방에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르는 자오샤오캉을 부총통 후보로 정했다”며 “중국의 독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편승해 대만을 옛 친중 노선으로 돌리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일화 국면을 지나면서 후보 지지율도 혼전 양상으로 돌아섰다. 당초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의 우위였으나 허우 국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로 격차를 좁히며 바짝 추격 중이다. 지난 23일 대만연합보와 대만 CTS 공동 여론조사에서 1위 라이 후보(31.5%)와 2위 허우 후보(30.1%)의 격차는 1.4%포인트에 불과했다. 커 민중당 후보도 26.7%로 뒤를 바짝 쫓았다. 라이 후보는 지난 7월 이후 지지도가 계속 하락 추세인 데 비해 허우 후보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대만 TVBS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민진당 27.8%, 국민당 26.8%, 민중당 16.5% 순이었다.

4년 임기의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자 노선의 민진당은 3연속 집권을,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중시하는 국민당은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민진당은 오래전부터 대만으로 건너온 중국계 후손(본성인) 및 대만 원주민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민당은 국공내전 패배에 따라 대만으로 건너온 중국계(외성인)의 지지가 강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의 대외 정책 기조가 180도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친미 성향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 재임 동안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면서 대만관계법을 바탕으로 대만에 무기 판매도 병행 중이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집권할 경우 인도·태평양 전략은 물론 공급망 등 대중국 압박 정책의 고삐가 헐거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진당 후보의 승리를 내심 바라는 상황이다.

반대로 중국은 차이 총통의 ‘친미 반중’ 노선으로 양안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국민당이 집권하기를 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만 여론에 직접 개입하기는 쉽지는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수년 내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국제 사회는 여전히 시 주석 임기 내의 무력 침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라이 후보가 이기면 중국 본토와 대만이 지금보다 훨씬 대립적이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서태평양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이라는 채찍과 푸젠성·대만 통합 경제 발전 청사진이란 당근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누가 집권하든 본토(중국 정부)가 잘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길을 갈 것이며 조국의 통일을 가속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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