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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질 땐 동맥경화 위험, 음식·운동·약 삼박자 관리 필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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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32면

헬스PICK

지질은 원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이다. 지질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은 몸속 세포의 피부라고 할 수 있는 세포막을 이루며 여러 호르몬을 합성한다. 지질은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오거나 식사와 상관없이 간에서 만들어진다. 이후 단백질이 버무려진 입자 알갱이에 흡수돼 혈액에 녹아 들어가 혈관을 따라 몸속을 돌아다닌다. 이것이 지질 단백질(지단백) 덩어리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은 간에서부터 조직·세포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열심히 실어나르고,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은 조직·세포에서 쓰고 남은 지질을 쓸어 담아 간으로 운반한다. 중성지방은 체내에서 합성되는 지방의 한 형태다. 음식으로 섭취된 에너지로 칼로리 섭취가 부족할 때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혈중 지질 농도가 증가했다는 것은 동맥경화증 발생의 가장 위협적인 신호다. 지질 성분이 지나치게 많으면 혈관에 쌓이기 시작해 결국 혈관이 막히면서 혈액을 공급받아야 할 심장·뇌에 악영향을 준다. 심장에 발생하면 협심증·심근경색, 뇌에 발생하면 뇌졸중을 일으킨다.

2030 환자 급증, 초기엔 증상 없어

문제는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2명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단 점이다. 총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많고 HDL 콜레스테롤이 적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많은 상태를 뜻한다. 예전엔 주로 50~60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병했지만, 최근엔 30~40대 환자도 크게 늘었다. 비정상적인 지질 수치에 오랜 기간 노출될수록 향후 심혈관·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므로 젊을 때부터 적절하게 조치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 교수는 “이상지질혈증과 동맥경화증은 실제 눈에 보이지 않고 초기에 증상도 없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심뇌혈관 질환은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질 수치를 관리하려면 음식, 운동, 약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식이요법은 혈중 지질 환경을 정상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과체중·비만이 되지 않도록 전체적인 열량 균형을 유지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게 기본 원칙이다. 그러려면 영양소 섭취 비율을 탄수화물 55~60%, 단백질 20~25%, 지방 15~25% 수준으로 조절한다. 특히 지방의 경우 좋은 지방을 적당한 수준으로 섭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동맥경화의 주범인 LDL 콜레스테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기름이 많이 낀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 껍질, 소시지·베이컨·햄 등 가공육 반찬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며 “트랜스지방은 커피 크림, 라면, 과자류 등 인스턴트 가공식품에 많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목심·등심·양지·뒷다릿살처럼 기름기가 적은 부위의 육류를 먹고 튀기거나 부치는 대신 굽고 찌며 삶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통밀·보리, 콩류, 채소류, 해조류 섭취를 늘리는 게 좋다. 지방 섭취를 제한하면 반대급부로 오히려 탄수화물 섭취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질 수 있어 탄수화물 섭취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설탕·꿀·물엿·케이크·탄산음료 등 단순 당을 하루 25g 이하 또는 전체 열량의 5% 이하로 줄인다. 또한 하루 10~30g 이상의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높이므로 술은 종류와 관계없이 제공잔 기준 1~2잔 정도 이내로 제한한다.

식이 조절과 운동요법은 지질 개선의 좋은 짝꿍이다. 운동은 섭취한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함으로써 남는 에너지원이 콜레스테롤 형태로 쌓이는 것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중성지방 수치는 적은 운동량으로도 쉽게 감소하기도 한다. 1주일에 최소 3회, 한 번에 30분 이상 운동할 경우 2개월이면 효과가 나타난다.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빠르고 큰 보폭의 걷기나 고정식 자전거 타기, 러닝머신을 활용하면 좋다. 강도는 숨이 어느 정도 차고 땀이 옷에 밸 정도로 해야 도움된다. 한 교수는 “밀린 숙제처럼 서두르지 말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운동량을 늘리는 게 좋다”며 “행복한 마음과 함께 건강한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력 운동은 체내 근육량을 증가시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작용을 하므로 지질 개선에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절이 건강해져 동일한 시간 운동하더라도 더 안전하게 강도 높은 운동을 할 수 있어 동 시간 칼로리 소비를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근력 운동은 상체와 몸통, 하체를 고루 진행하며 일주일에 3회 정도가 적당하다.

약 임의로 끊으면 질병 악화 가능성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다른 만성질환이 있는 상태라면 약물치료가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스타틴,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재흡수를 억제하는 에제티미브 성분의 경구용 약제가 흔히 쓰인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의 지속 치료율이 40%밖에 되지 않는 것은 약을 먹은 이후 검사 결과가 정상이면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며 “간 수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있지 않다면 약물치료는 가급적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약을 먹고 4~8주 지나면 약효가 나타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진다. 이렇게 수치가 떨어진 상태에서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해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다시 수치가 올라간다. 따라서 식사 조절이 안 되거나 체질적으로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이 발달한 사람,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평생 약을 먹어야 안전하다. 특히 이미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약을 중단하면 질병이 악화할 수 있어 계속 복용한다. 지질 수치는 체질이란 인식을 갖고 평생 관리해야 할 건강 문제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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