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샥스핀이 황제 요리? 먹어 본 황제 별로 없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양대 요리 명문가로 청나라 말엽 고관을 지냈던 담종준 집안의 요리 중에서도 대표 음식으로 꼽는 샥스핀 요리로 필리핀산 상어인 여송황(呂松黃)의 지느러미를 7일 동안 우려낸 후 3년 동안 알을 낳지 않은 늙은 암탉을 잡아 4~5시간 동안 고아 탕을 만들어 만든다고 한다. 바이두

중국의 양대 요리 명문가로 청나라 말엽 고관을 지냈던 담종준 집안의 요리 중에서도 대표 음식으로 꼽는 샥스핀 요리로 필리핀산 상어인 여송황(呂松黃)의 지느러미를 7일 동안 우려낸 후 3년 동안 알을 낳지 않은 늙은 암탉을 잡아 4~5시간 동안 고아 탕을 만들어 만든다고 한다. 바이두

제비집 수프와 함께 중국 최고로 꼽는 음식이 상어지느러미, 샥스핀 요리다. 너무 좋아서일까, 동시에 지금은 잔인한 상어 포획으로 구설에 오르며 비판도 받는다. 어쨌거나 상어지느러미 요리는 맛을 떠나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로 만들었기에 전설처럼 전해지는 중국의 산해진미 중 하나로 알려졌지만 소문으로 부풀려진 환상과는 다른 분도 적지 않다.

흔히 샥스핀을 중국 황제들이 즐겨 먹었던 요리라고 말한다. 황제가 먹으면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하지만 역대 중국 황제 중 샥스핀 요리를 제대로 먹어 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멀리 기원전의 진시황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당, 송, 원, 명의 황제 중에는 누구도 상어지느러미를 먹었다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쯤 전인 19세기 후반, 청나라 말기 황제 몇몇의 식탁에 올랐을 뿐이다.

기록을 보면 1861년, 다섯 살의 나이에 황제가 된 청나라 동치제의 섣달그믐 만찬에 샥스핀 요리가 보인다. 모두 열여섯 가지 요리를 차렸는데 대부분 바다제비집 소스로 만든 요리였고 그중 하나에 샥스핀을 넣고 끓인 닭고기 요리가 있다. 동치제의 어머니이며 음식 사치가 심했던 서태후 식탁에도 샥스핀 요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음식 취향 때문이었는지 상어 지느러미와 함께 볶은 돼지고기 편육 정도가 있을 뿐이다.

역대 중국 황제들은 왜 맛있기로 유명하다는 천하 진미, 샥스핀 요리를 먹지 않았을까?

실은 상어 지느러미가 고급 요리 재료로 활용된 역사가 늦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값비싼 고급 요리지만 옛날에는 다양한 재료를 먹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에서조차도 거의 먹지 못하는 식재료 취급을 받았다. 일설에 의하면 상어 지느러미는 베트남에서 명나라에 보낸 조공품이었지만 황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대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려보냈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로는 중국의 콜럼부스라는 정화 함대가 아프리카로 떠날 때 양식이 떨어져 동남아 해안마을에 들렀고 원주민이 버린 상어지느러미를 요리해 먹은 것이 식용의 시작이라고 한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정화가 활동할 시기는 명나라 전기인 15세기 초다. 명나라 때까지만 해도 샥스핀이 퍼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샥스핀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명나라 때도 널리 퍼지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16세기 말인 명나라 후반의 『본초강목』에 “상어의 등과 배에는 지느러미가 있는데 맛이 풍부해 남쪽 사람들은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뒤집어 보면 명나라 때만 해도 광둥을 비롯한 남부에서 주로 먹었을 뿐 황제가 있는 북방의 북경까지 퍼진 요리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샥스핀이 산해진미 요리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의 청나라 때부터다. 미식가로 유명한 시인이자 고위 관리인 원매의 요리책 『수원식단』에 샥스핀 요리법이 보이고 본초강목을 보충한 의학서로 수원식단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본초강목습유』에도 샥스핀이 연회 음식으로 기록돼 있다.

청나라 때 발간된 고전소설 『금병매』에도 요리상에 나온다. 주인공을 초대한 사람이 “진수성찬을 모두 마련해 바다제비집 수프도 있고 상어 지느러미도 있는데 다만 용의 간(龍肝)과 봉황의 골수(鳳髓)만 빠져 있을 뿐입니다”라고 한다. 용과 봉황은 실존의 동물이 아닌 만큼 구할 수 있는 산해진미는 모두 갖췄다며 생색내는 말이다. 샥스핀이 드디어 일품요리 반열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샥스핀 요리에도 등급이 있으니 상어지느러미라고 다 같은 샥스핀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명품 요리로 꼽는 것은 역사적으로 황민어시(黃焖魚翅)와 통천어시(通天魚翅)라는 요리다. 여기서 어시(魚翅)는 상어지느러미다.

중국의 양대 요리 명문가로 청나라 말엽 고관을 지냈던 담종준 집안 요리인 담가채(譚家菜)와 산동성곡부의 공자 집안 요리인 공부채(孔府菜)가 있는데 황민어시는담씨 집안의 요리 중에서도 대표 음식으로 꼽는 샥스핀 요리다. 필리핀산 상어인 여송황(呂松黃)의 지느러미를 7일 동안 우려낸 후 3년 동안 알을 낳지 않은 늙은 암탉을 잡아 4~5시간 동안 고아 탕을 만들어 만든다고 한다.

통천어시는 공자 집안 요리로 공자 집안의 70대손인연성공공헌배에게시집간 건륭황제의 13번째 딸이 아버지인 황제가 공자묘에 참배하러 곡부에 내려올 때마다 만들어 바친 샥스핀이다.

이렇듯 샥스핀은 18세기 후반 청나라 부유층의 요리로 퍼지기 시작해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청나라 황제의 식탁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핑퐁외교로 시작된 1972년 미·중 화해 만찬 때다. 당시 중국을 방문했던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만찬 요리로 채택되면서부터다.

음식 맛에 대한 평가는 먹는 사람 각자의 몫이겠지만 샥스핀 요리의 역사를 보면 소문만 듣고 미식을 탐하지 말라는, 바꿔말해 귀로 음식을 먹지 말라는 청나라 미식가 원매의 교훈이 떠오른다.

어쨌거나 샥스핀 요리가 아무리 좋아도 요즘은 인조 상어지느러미 요리도 훌륭하다니까 상어는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

더차이나칼럼

더차이나칼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