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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형수 등장했다…'불법촬영·협박' 황의조 스캔들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31·노리치시티)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지난 6월 25일이다. 당시 황씨의 성관계 영상이 SNS에 공개되며 논란이 시작됐다. 영상을 올린 A씨는 “나는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황씨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즉각 강경대응했다. 이튿날인 6월 26일 유포된 성관계 영상이 불법 촬영한 것이 아니라며 당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A씨를 명예훼손과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곧바로 “6월30일까지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네 사생활을 다 공개하겠다”고 황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압박했다.

그러나 황씨는 오히려 6월 29일 자필 입장문을 통해 “최초 유포자를 포함해 2차 피해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분들에 대해서는 절대 선처하지 않고 엄정한 법적 처벌을 구하겠다”고 강경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후 약 5개월 가까이 사건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5개월 뒤 피의자 전환된 황의조…사건 새국면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가 29일 법무법인을 통해 자신의 사생활 논란에 대한 자필 입장문을 배포했다. 뉴시스·보도자료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가 29일 법무법인을 통해 자신의 사생활 논란에 대한 자필 입장문을 배포했다. 뉴시스·보도자료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건 5개월이 지난 이달 들어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지난 13일 A씨를 협박 등 혐의로 체포하며 일단락되는 듯한 사건은, 닷새 뒤 급반전됐다. 경찰은 지난 18일 황씨가 피해여성의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한 정황을 포착해 황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그를 소환 조사했다. 황씨는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황씨가 공개적으로도 의혹을 부인하며 사건은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황씨 측은 지난 20일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다. 현재 해당 영상을 소지하고 있지도 않고 유출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익명의 피해자 측은 “황의조와 교제한 적은 있지만 민감한 영상의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었고 계속해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황씨 측은 지난 22일 “숨길 필요도 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여성도 분명히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이어 “방송 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며 신상을 일부 공개하며 ‘2차 가해’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피해자 측은 23일 재차 기자회견을 열어 “2차 가해를 멈추라”고 비판했다. 촬영 사실을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셀프 유죄 인증'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차 가해’ 논란 진실공방 이어…“형수가 유포자” 논란까지 

사진 황의조 선수 유출 피해여성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 제공

사진 황의조 선수 유출 피해여성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 제공

피해자 측은 황씨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과 통화 녹취록도 일부 공개했다.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6월 영상 유출 뒤 피해자가 통화에서 황씨에게 “내가 싫다고 분명 이야기를 했고 그날도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하자, 황씨는 “찍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어찌 됐든 불법 촬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  여기서 잘 마무리해주면 법적인 조치는 취할 생각은 없다”고 하자 황씨는 “그걸(유포를)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황씨는 다만 통화 이후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너무 걱정하지 말라. 불법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니까”라고 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축협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고 황의조 측이 낸 입장문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협박범에 대한 실질심사에서 가해자(황의조)가 지인들과 불법적으로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취지의 발언(피의자 측)이 나왔다”며 “피해자가 처벌을 요구하는 불법영상이 명백하게 존재하는데도 축협과 국가대표 감독은 가해자의 2차 가해에 동조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황씨와 피해자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A씨가 황씨의 형수인 이모(32·여)씨라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이씨는 황의조 개인의 매니지먼트사로 가족 회사인 유제이스포츠(UJ SPORTS)의 등기임원이다. 황씨 측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황의조는 지난 5년 간 형과 형수의 지원 하에 선수 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는 만큼, 판결 선고까지 무리한 억측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황의조가 중국 수비 파울에 넘어진 뒤 일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황의조가 중국 수비 파울에 넘어진 뒤 일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황씨의 사생활 논란은 국가대표 선발 적정성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논란은 황씨가 지난 21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출전하자 본격적으로 번졌다. 한 프로축구 구단 프런트는 “K리그에서 뛰는 선수였다면 불법촬영 피의자로 전환되자마자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조처를 했을 것”이라며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 마인드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직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단계지만,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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