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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도 입었던 '유광점퍼'…LG트윈스 '진짜 쌍둥이'의 작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통합우승을 음지에서 도운 ‘쌍둥이 형제’ 김재권 구장관리팀 책임(왼쪽)과 김재환 운영팀 책임. 통합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22일 잠실구장에서 형은 붉은색의 대형 깃발을 펄럭였고, 동생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장진영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통합우승을 음지에서 도운 ‘쌍둥이 형제’ 김재권 구장관리팀 책임(왼쪽)과 김재환 운영팀 책임. 통합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22일 잠실구장에서 형은 붉은색의 대형 깃발을 펄럭였고, 동생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장진영 기자

올 시즌 무려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달성한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이름 그대로 쌍둥이 이미지가 강하다. 트윈스라는 구단명은 LG그룹을 상징하는 여의도의 LG트윈타워(일명 쌍둥이빌딩·1987년 준공)에서 따왔고, 쌍둥이 마스코트는 1990년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LG팬들과 애환을 나누고 있다.

그런데 LG 프런트에도 진짜 트윈스가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바로 김재권-김재환(48) ‘일란성 쌍둥이’ 형제다. 일반 야구팬들에겐 이름이 생소하지만, 이들은 구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LG맨으로 일하며 올해 통합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LG의 황금기와 암흑기를 고스란히 함께한 김재권 구장관리팀 책임과 김재환 운영팀 책임을 22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MBC 어린이회원에서 LG 선수로
둘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맛본 기쁨부터 되돌아봤다. 형 김재권 책임은 “3차전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경기다. 이성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 요새도 출퇴근을 하면서 오지환의 홈런 영상을 매일 돌려보고 있다”고 웃었다. 동생 김재환 책임 역시 “축승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단주님께서 선수들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TV를 선물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엄청난 환호성이 터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쌍둥이 형제는 1975년 6월 27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다. 생김새와 체격 모두 똑 닮은 둘은 어릴 적부터 야구와 함께 자랐다. 아버지가 프로야구 원년부터 MBC 청룡을 응원하던 열혈팬이라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다. 김재환 책임은 “아버지께서 여의도 MBC 사옥까지 가셔서 우리 둘을 어린이회원으로 가입시키셨다. 당연히 집에는 늘 방망이와 글러브가 있었다. 여유 있는 가정환경은 아니었어도 야구 하나만큼은 늘 함께였다”고 회상했다.

형제는 야구선수의 길도 같이 걸었다. 김재권 책임은 “함께 다니던 전곡국민학교에서 어느 날 야구부원을 모집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당장 아버지를 졸라 가입을 했다. 그러다가 야구부가 없어져서 인근 이문초등학교로 전학을 가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때 만난 감독님이 지금 고교야구 명장으로 불리는 강릉고 최재호 감독님이셨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우투우타 내야수로 뛴 둘은 특출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나름 이름을 알리는 정도의 실력은 발휘했다. 다만 덩치가 크지 않아 프로 스카우트들의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김재권 책임은 “동생이 야구는 더 잘했는데 둘 다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함께 대학교를 갈 형편도 되지 않아 연습생으로라도 프로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장종훈과 한용덕 선배가 연습생 신화로 유명했을 때였다”고 했다. 김재환 책임은 “자랑을 하나 하자면 경동고등학교 3학년 때 봉황대기 광주일고전에서 당시 투수 겸 타자로 유명했던 동기 이호준으로부터 홈런을 쳤다. 본인은 기억을 못한다고 하던데 나로선 잊지 못할 추억이다”고 웃었다.

프로야구 LG의 쌍둥이 프런트인 김재권(오른쪽)-김재환 형제의 청량중학교 시절. 사진 김재권

프로야구 LG의 쌍둥이 프런트인 김재권(오른쪽)-김재환 형제의 청량중학교 시절. 사진 김재권

◆“우리 쌍둥이에게 LG는 운명”
이렇게 1994년 LG의 연습생이 된 쌍둥이 형제.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1990년대 황금기를 달린 LG에는 잘 치고, 잘 뛰는 선수가 워낙 많았다. 입단 동기만 따져도 김재현, 류지현, 서용빈 등 쟁쟁한 야수들이 즐비했다. 결국 동생이 1995년 말 입대했고, 형도 2년 뒤 입대하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그래도 LG와의 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쌍둥이 형제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구단이 프런트 업무를 제안해 전역 후 나란히 직원으로 입사하게 됐다. 김재권 책임은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고 쌍둥이라는 특별한 점이 있어서인지 우리를 좋게 봐주셨다. 그렇게 나는 2군 매니저로, 동생은 1군 전력분석원으로 프런트의 길을 걷게 됐다. 아무래도 우리 쌍둥이에게 LG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LG와 동행을 이어간 쌍둥이 형제는 그러나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LG가 암흑기를 걸었기 때문이다.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따내지 못했고, 2006년에는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김재환 책임은 “그때 이야기는 아직도 조심스럽다. 모래알이라는 평가가 있던, 참 힘든 시기였다. 주전과 비주전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다. 좋은 선수들은 많았는데 팀으로 조화가 되지 못했다고 본다”고 기억했다.

터널의 끝은 있었다. 2013년, LG는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쳐 가을야구로 진출했다. 그때를 돌이켜보며 “정규시즌 최종전은 여전히 생생하다. 마지막 날 2위가 결정됐는데 그 순간 동생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이후 이병규와 박용택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오지환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면서 LG가 서서히 강팀이 됐다. 그러한 과정이 이번 통합우승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김재권 책임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김재환 책임(왼쪽)과 김재권 책임이 각각 페넌트레이스 우승 트로피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재환 책임(왼쪽)과 김재권 책임이 각각 페넌트레이스 우승 트로피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02년 유광점퍼 창시자
LG의 많은 팬들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유광점퍼를 입고 마음껏 선수들을 응원했다. 구광모 구단주도 직접 유광점퍼를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LG를 상징하는 유광점퍼의 유래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02년 반짝이 유광점퍼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쌍둥이 형제의 동생이다.

김재환 책임은 “유광점퍼를 누가 만들었는지 관심이 적으시더라.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려졌으면 한다”며 웃고는 “운영팀 용품 담당으로 일할 때였다. 당시에도 팬들이 입을 수 있는 겉옷이 있었는데 조금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현대 유니콘스에서 반짝이는 소재의 그라운드 재킷을 활용할 때라 여기에서 착안해 새로운 옷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국내에는 마땅한 재료가 없어 일본까지 가서 소재를 구해왔다”고 회상했다.

여기에는 당시 구단주였던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지원도 뒷받침이 됐다. 김재환 책임은 “구단주님께서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빛나야 한다’는 말씀으로 유광점퍼 제작을 승인해주셨다. 올해 통합우승을 하면서 새삼 구단주님의 선수 사랑이 함께 떠올랐다”고 했다.

이처럼 LG의 30년 오랜 기간 운영팀에서 일하다가 2018년부터 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겨 응원 이벤트를 담당했고, 올 시즌 운영팀으로 복귀해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김재권 책임은 “우리 모두 1년 내내 구단 업무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두 가족들의 고충이 많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재환 책임(왼쪽)과 김재권 책임이 각각 페넌트레이스 우승 트로피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재환 책임(왼쪽)과 김재권 책임이 각각 페넌트레이스 우승 트로피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끝으로 김재권 책임은 “그간 옆집 두산 베어스를 보면서 부러운 점이 참 많았다. 매년 가을야구를 준비하고 즐기는 모습이 어찌나 샘이 나던지.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포스트시즌 기간만 되면 일부러 워크샵을 간다거나 다른 일을 만들어서 잠실구장을 최대한 오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를 떠올리며 이번 한국시리즈를 뿌듯한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재환 책임은 “한국시리즈 1차전 때 입었던 옷과 속옷은 나쁜 기운이 있다고 믿어 더는 입지 않았다. 나를 비롯해 직원들과 팬들의 이러한 진심이 모여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LG가 황금기를 걸을 수 있도록 우리 쌍둥이 형제가 계속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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