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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어 미국서도 印시크교도 살해시도…“바이든, 모디에 우려 표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캐나다에 이어 미국 영토에서도 인도의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으며, 미정부가 이를 막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날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정부는 이번 암살 시도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이 문제와 관련해 직접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번 암살 시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를 저지한 것인지 혹은 사전에 좌절된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암살 표적은 미국 내 시크교 단체인 ‘시크교도를 위한 정의’의 쿠르파완 싱 판눈 법률 고문이었다고 한다. 변호사로 활동하는 판눈은 미국·캐나다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미 연방 검찰은 피의자 한 명을 비공개로 기소했다. 그러나 일부 가담자는 미국 영토를 이미 빠져나갔다고 매체는 전했다.

지난 9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에서 칼리스탄 분리운동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와 인도 당국이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캐나다 출신 변호사 구르파트완트 싱 판눈의 모습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에서 칼리스탄 분리운동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와 인도 당국이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캐나다 출신 변호사 구르파트완트 싱 판눈의 모습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FT의 기사가 나간 이후 “이번 사건에 대해 인도 정부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보도를 사실상 확인했다.

자국 내 영토에서 타국 정부에 의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건 각국으로선 매우 민감한 사건이다. 다만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외교 경로로 우려내지는 경고를 전달하는 ‘로키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캐나다가 공개적으로 ‘인도 책임론’을 제기한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9월 의회 성명을 통해 “최근 밴쿠버에서 살해된 시크교 지도자 하딥 싱 니자르 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신뢰할 만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니자르는 앞선 6월 밴쿠버 외곽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총을 맞고 사망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땅에서 캐나다 시민을 살해하는 데 외국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인도 배후설의 소스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캐나다와 인도의 외교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인도 정부는 “이번 주장은 터무니없으며, 오히려 캐나다가 테러리스트들을 은닉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인도 주재 캐나다 외교관들의 면책 특권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인도의 강수를 두고 “외교관의 신변을 위협하는 건 빈 협약 위반”이란 지적이 나왔다. 캐나다 외교부는 “캐나다 외교관들의 안전이 위험하다”며 인도 주재 외교관 62명 가운데 41명과 그 가족 42명을 철수시켜버렸다.

인도와 캐나다가 강대강으로 정면충돌하는 모양새였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인도 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인 인도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도 낳았다. 이 때문에 “캐나다가 인도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인도 역린’ 시크교 분리운동 뭐길래

지난 9월 캐나다 밴쿠버의 인도 영사관 밖에서 시크교도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캐나다 밴쿠버의 인도 영사관 밖에서 시크교도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칼리스탄 분리주의자’라고도 불리는 시크교도 분리주의 세력에 대해 인도는 이들을 자국 내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북부 펀자브주 지방의 시크교도들도 독립 국가를 희망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시크교는 15세기경 이 지역에서 자생한 종교다. 이에 1970~80년대 급진적 시크교들이 인도를 대상으로 무장봉기를 일으키며 독립을 요구했다.

1984년 인디라 간디 총리가 시크교도 경호원에게 암살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직 총리 암살 사건은 인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고, 인도 정부는 대대적으로 무장세력을 색출했다. 이 과정에서 시크교도 3000명이 넘게 사망했다. 급진파 시크교도들은 이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듬해 6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인도 뉴델리로 향하는 에어인디아 182편에 폭탄 테러를 가했다. 329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해묵은 갈등인 칼리스탄 문제는 올해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캐나다 등 해외 각지에 퍼져 있는 시크교 지도자들이 하나둘 암살 또는 의문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도 영국에서 ‘칼리스탄 해방군 수장’으로 불렸던 아브타르 싱 칸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한편으로는 인도의 모디 정부가 힌두 민족주의 결집을 위해 시크교 문제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포린폴리시는 지난달 “집권당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을 실제보다 더 큰 안보 위협으로 규정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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