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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우리가 중국정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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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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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우리는 물론 미국, 러시아, 대만, 인도 등 30여 개 국가에서 각종 선거가 치러진다.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미국 대선을 꼽는다. 내년은 정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을 겪으면서, 정부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졌다. 현재, 미·중·소 등 강대국 최고지도자들의 통치 스타일은 모두 강한 정부를 지향하는 특성이 있다. 내년에 당선되는 정치가의 정치 이념과 성향에 따라 안보 전략과 경제정책의 변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대만(臺灣) 간 군사 충돌

전문가들은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종식되면, 다음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미국의 태평양 안보 전략의 핵심인 한·미·일 3국 연합에 속해 있고, 한미동맹으로 맺어져 있어서 우리가 중국의 적국이 되어 자동 개입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한중(韓中)간은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양안 사이의 국지(局地)적인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공직자나 기업인들이 중국의 군사전략과 중국정치를 알아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정경일치(政經一致)의 나라

중국은 경제와 정치가 한 몸으로 움직이는 국가주의 나라다. 중국에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군대, 학계, 문화예술 체육계, 언론사, 국영기업 어떤 조직이든지 당의 서기(書記)가 권력의 일인자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국공산당과 중앙군사위원회 그리고 기층(基層) 당 지부(支部)에 이르는, 공산당의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공부는 필수다.

1978년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부흥이 성공하면서, 잠시 집단지도체제 시기를 지나, 최근에는 개인 지배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은 국무원(國務院)이 전담했던 치안 유지, 금융 감독, 첨단기술 부문을 관리하는 권한을 공산당(共産黨)으로 넘겼다. 미국과의 본격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공산당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에 의한 중국 금융제재 상황이 발생하면, 시(習) 주석이 금융을 직접 챙길 수 있게 됐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것은, 정치·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불확실성과 불투명이 증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패권 경쟁의 중심부에 위치한 한반도는 위험 속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되어 전략적 대응책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과거 중국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우리의 자존심이 상한 것은 물론,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이것이 우리의 공직자나 기업인이 중국 정치와 경제를 알기 위해 중국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미국의 편에 서 있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국은 겉으로는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에 동조하는 듯하지만, 그들도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자국 이익을 위해 실질적으로 디리스킹(De-Risking) 정도의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한다. 심지어 미국기업조차도 이중 행동을 하기도 한다. 우리도 중국과 협력하는 서방의 유연한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한중(韓中)간 이슈가 발생할 경우,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은 강하게 나오는 나라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나라다. 외교적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특성을 활용해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협상이나 이견을 조율해 두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중국경제는 여전히 코로나 후유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여력도 거의 없어 보인다. 중국은 ‘중진국의 함정’에 직면해 있고, 수출과 투자 그리고 소비가 부진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어, 안보와 경제를 내세워, 우리를 심하게 압박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나라다. 한미방위 조약이 있으니, 안보는 미국에 맡겨도 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미국의 도움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안보를 책임진다는 의지와 역량을 갖추면, 중국이나 북한은 도발로 현상을 변경하는 시도는 못 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 협력은 2차 방호벽 정도로 활용하면 된다.

우리는 지난 40년간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보완적 산업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중국 로컬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함에 따라, 중국 이외의 지역인 동남아,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등지에서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만큼 큰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급하게 탈(脫)중국을 추진하기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부자재 품목에 대한 수입 다변화가 더 시급하다.

미국 주도로 대(對)중국 공급망을 견제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이라는 국제질서의 변화는, 우리에게는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은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 생태계 포트폴리오(portfolio)가 잘 구축된 나라다. 산업의 기술력, 대량 생산 능력 등이 뛰어나다. 미·중과의 군사 정치적인 갈등 때문에,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새로운 이익 창출 기회를 무시하거나 놓쳐서는 곤란하다.

중국은 우리와 교류한 역사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다. 우리는 동양 정서의 바탕 위에, 서양 문화를 해석하는 데에는 중국보다 뛰어나다. 한중(韓中)이 서로 존중하며 상호이익을 위해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감성적인 반중(反中) 정서만으로,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없다. 다만, 중국은 자국에 이익이 있을 때만, 우리에게 우호적이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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