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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744조, 연체 13조 ‘사상 최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높은 금리와 물가 부담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빚을 갚지 못하거나 추가로 빚을 내 기존 빚을 갚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사가 서민금융 공급을 줄이고 있는 점도 이들에게 타격이 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22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6월) 모든 금융권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743조9000억원)은 지난해 2분기 말(700조6000억원)과 비교해 6.2% 급증했다. 사상 최대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도 같은 기간 3.2% 증가한 177만8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한은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로 확인한 개인사업자 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했다. 이 중 가계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의 합이 3개 이상이면 다중채무자로 집계했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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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3개 이상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대출의 최대치를 모두 끌어 쓴 사람이다. 이들의 대출은 대체로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가 늘고,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액(13조2000억원)과 연체율(1.78%)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1년 전 연체액(5조2000억원)과 연체율(0.75%)과 비교해 각각 153%·137% 급증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자영업자가 빚의 늪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영업이 일부 제한되자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대출로 손해를 막으면서 채무가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20년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700조원이었지만 코로나19를 겪고 난 이후인 지난해 1분기에는 960조7000억원으로 37.2% 증가했다. 올해 1분기(1033조7000억원)에는 전체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그나마 코로나19 확산기에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돼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중심으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채무 부담이 급증했다. 이는 서민의 마지막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카드 9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1조101억원)과 비교해 47.5% 급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정부 지원책이 끊기고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함께 오면서 서민 채무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 재정을 유지하되, 일부 저소득층에 한정한 정부 지원과 서민정책금융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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