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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구호협회, 국민 성금 수십억 유용…채용 73%가 비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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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모은 성금으로 재해·재난 구호 사업을 하는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의연금·기부금을 유용하고 임직원을 부정하게 채용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협회가 예산 전액을 국민 성금에서 충당해 쓰는 만큼 높은 공공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기관이지만, 그동안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점을 고려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임직원 채용 비리 의혹과 재해·재난 피해자를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인 의연금·기부금 유용 의혹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임직원 채용 비리 의혹과 재해·재난 피해자를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인 의연금·기부금 유용 의혹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선 권익위는 협회가 그동안 맺은 계약에서 쪼개기 계약을 해 공개경쟁입찰을 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입찰 정보를 미리 주고 협회 관련자의 차명 업체를 낙찰자로 뽑는 등 약 40건 20억원 상당의 부정 거래를 발견했다.

또 법인카드를 사용해 고가의 상품권을 구매하고도 상품권 사용 내역은 알 수 없거나, 여러 카드로 쪼개기 결제 또는 미리 결제를 한 경우,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것 등 약 1400건 3억원 상당의 비정상 의심 사용을 확인했다.

특히 협회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직제에 없는 직책에 위촉해 법인카드를 주고, 출장비 등을 지급해 총 1100만원 상당을 부당하게 사용하게 해준 특혜도 찾아냈다.

아울러 권익위는 협회가 지난 4년간 진행한 33건의 채용 중 73%(24건)에서 부정 채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채용 공고 전부터 지인의 채용을 내정해 이들에게만 관련 자료를 줬고, 서류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주도록 해서 다른 응시자를 명확한 사유 없이 탈락시킨 정황이 있었다.

지인에게 미리 면접 예상 질문을 준 사람이 직접 면접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합격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협회에서 확인된 부정합격 의혹자는 7명이다.

권익위는 이번 의혹·비리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자료를 대검찰청에 보냈다.

정 부위원장은 “국민과 기업은 태풍이나 산불, 코로나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재해로 피해를 본 분을 위해 십시일반 모은 의연금·기부금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엄정하게 관리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의연금·기부금 유용 의혹과 지인 특혜 채용 비리는 공공기관에 대한 이런 국민의 기본적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가 일방적으로 지적한 내용에 대해 제대로 된 소명 절차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협회는 앞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적극적으로 소명해 나가겠다”고 했다.

협회는 “권익위 외에도 현재 행정안전부의 사무 검사, 고용노동부 조사, 자체 감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각 검사·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입장을 낼 것이며, 12월 중 이사회를 열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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