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콘서트 25만원, 탕후루 6000원"…노는 것마저 포기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서울의 한 놀이공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서울의 한 놀이공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재미 비용이 비싸지고 있다(It’s Getting Too Expensive to Have Fun)"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펀플레이션(fun+inflation)' 용어를 쓰며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부터 스포츠 경기, 놀이동산 입장료 등 오락 비용이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재미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공연·여행·외식 등 오락 비용이 치솟는 현상을 일컫는다. 올해 북미 투어 공연의 입장권 평균 가격(120.11달러)은 지난해보다 7.4%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보다는 27% 비싸졌다.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품 물가보다 가파른 상승세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재미 비용이 비싸지는 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26)씨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다른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 공연 티켓 가격이 워낙 비싸져서다. 이씨는 "콘서트 VIP석 티켓 가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최소 7만~8만원은 올랐다"며 "팬들은 어렵게 티켓을 구하고 나면 '오늘부터 굶는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찾아가는 '올콘(all+concert)'을 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콘서트 세 번에 한 번꼴로 포기하고 있다.

실제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공연예술관람료는 1년 전보다 6.3% 비싸졌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8%)을 크게 웃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등 지난 상반기 티켓 판매액 상위 5개 공연의 객석 최고가는 평균 19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극장가도 2020년 초부터 영화관람료를 인상했다.

올해 상반기 티켓판매액 상위 5개 공연의 객석 최고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올해 상반기 티켓판매액 상위 5개 공연의 객석 최고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펀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락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밤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방과 PC방도 1년 새 각각 6.9%, 5.3% 올랐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피하던 사람들이 이젠 밤늦게까지 활동하거나, 모임과 회식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인건비‧공공요금 등 전반적인 물가가 오른 점도 오락 물가를 끌어올렸다. 인천 연수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준영(46)씨는 "전기료가 1년 전보다 한 달에 수십 만원씩 더 나온다. 이익을 유지하려면 PC방 가격을 더 올려야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고민이 크다"고 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줄줄이 구독료 올리자 '스트림플레이션(streaming+inflation)'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넷플릭스는 가구원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1명당 월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요금제를 현행과 같은 9900원짜리 저가 요금제와 1만3900원짜리 고가 요즘제로 나눴다. 하지만 영상 화질과 스트리밍 기기 수에 차이를 뒀기 때문에 사실상 4000원 인상이라는 지적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중학생 아들이 있는 김일준(53)씨는 "최근 놀이공원에 체험학습을 다녀온 아들이 '보통 3000원 정도하는 탕후루가 6000원'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입장료도 전반적으로 비싸져서 놀이공원도 마음먹고 계획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비용 부담에 오락을 포기하는 소비자도 나타난다. 대학원생 조재은(26)씨는 "극장에 가기 전에 영화에 관한 숏츠‧리뷰를 꼼꼼히 살핀다. 재미가 보장되지 않은 영화에 돈을 내기는 아까워서 극장에 가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가격 대비 효용을 따지는 기준이 까다로워진 점도 한몫했다. 직장인 기찬민(26)씨는 예전보다 '가성비'에 신경을 쓴다. "가격 대비 실망이 클까 봐"라며 "관람료 부담이 적은 공공 전시관과 박물관을 예전보다 자주 찾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한번 올라간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OTT 구독 등 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이 굳어지면, 기업들이 가격을 낮춰서 소비자를 유인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락·문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이를 누릴 수 있는 계층이 제한될 수 있다"며 "지원금이나 할인 등으로 취약계층과의 소비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