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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2도’ 영역에 들어선 전세계…누가 지구를 열 받게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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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2일 기준 최고온도를 시각화한 지도. 붉은색(30도 이상)을 넘어 회색(40도 이상) 영역이 나타날 정도로 남미 대륙을 중심으로 극심한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 climatereanalyzer

22일 기준 최고온도를 시각화한 지도. 붉은색(30도 이상)을 넘어 회색(40도 이상) 영역이 나타날 정도로 남미 대륙을 중심으로 극심한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 climatereanalyzer

지구는 지난 12만 5000년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을 경험했습니다. 암울한 이정표입니다. -라이언 마우, 미국 기상학자

지구 기온이 ‘2도 온난화’라는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 21일(현지시각)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 따르면, 지난 17~18일 이틀간 전지구 기온이 관측 이래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2도를 초과했다. 17일은 2.07도, 18일은 2.06도가량 높았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학계에서는 그동안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2도를 넘게 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에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더 높아지는 것을 제한하고 더 나아가 1.5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를로 부온템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이사는 “며칠 동안 2도 임계값을 초과했다고 해서 파리협정 목표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임계값을 초과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누적 영향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와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제 곧 여름철이 시작되는 남반구에서는 호주와 브라질 등 많은 국가가 40도가 넘는 폭염과 대형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도 21일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100곳이 넘는 관측소에서 11월 후반기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올해 11월은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11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①엘니뇨와 온난화의 만남…“2.9도까지 오를 수도”

21일 기준 전세계 최고 기온을 시각화했다.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높다는 뜻이다. 사진 climatereanalyzer

21일 기준 전세계 최고 기온을 시각화했다.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높다는 뜻이다. 사진 climatereanalyzer

이렇게 전례 없이 지구가 달궈진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엘니뇨와 기후변화가 꼽힌다.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엘니뇨의 발달과 빠른 온난화 추세가 결합하면서 올해 지구 기온 상승폭을 키웠다는 것이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게 유지되는 기후 현상을 말한다. 세계기상기구는 엘니뇨 현상이 적어도 내년 4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엘니뇨는 지역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만, 전지구적으로는 평균 기온을 0.15도가량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각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모두 이행해도 2100년까지 기온 상승 폭이 2.9도에 달할 가능성이 66%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구 온도를 1.5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목표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②태양 활동의 증가…세계 곳곳 오로라 관측

15일 노르웨이에서 관측된 오로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5일 노르웨이에서 관측된 오로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태양의 활동이 증가한 것도 기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태양의 에너지 출력은 11년 주기로 높낮이를 반복하면서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는 뚜렷한 증가세가 관찰되고 있다. 태양의 에너지 출력이 가장 높을 때는 지구 온도를 0.05도가량 상승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강력한 태양 폭발이 발생하면서 오로라가 극지방뿐 아니라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중위도 지역에서도 관측됐다. 오로라는 태양계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의 일부가 지구 자기장 안으로 들어와 대기와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③쪼그라든 남극…태양열 반사 못 해

남극 해빙의 모습. AP=연합뉴

남극 해빙의 모습. AP=연합뉴

남반구에서 가장 추운 대륙인 남극의 해빙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도 지구 기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올해 남극 해빙 면적은 관측 이래 가장 작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남반구가 여름에 접어들면서 하얀 빙하보다 푸른 바다가 더 노출되고 있는데, 이는 더 많은 열이 우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바다로 흡수된다는 것을 뜻한다. 어두운 표면은 더 많은 열을 흡수하고 하얀 표면은 열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④초대형 해저 화산 폭발로 수증기 유입

지난해 1월 남태평양 통가 해역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을 온도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학자도 있다. 이 화산은 분화 당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00배가 넘는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화산이 폭발하면 먼지 기둥이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지구를 식혀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통가에서 발생한 금세기 최대 규모의 화산 폭발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해저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증발시켰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올해 초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논문에서 통가 화산 폭발 당시 146Mt(메가톤)에 달하는 수증기가 성층권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수증기 입자가 수년 동안 대기에 머물면서 태양에서 오는 열을 흡수해 가두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해저 화산 폭발로 앞으로 5년 동안 1.5도 목표를 벗어날 가능성이 7%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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