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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피해 왔나? 출국 땐 830달러 내라"…비판 쏟아진 파키스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 파키스탄 카라치에 거주 중인 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파키스탄 당국의 서류 요구에 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 파키스탄 카라치에 거주 중인 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파키스탄 당국의 서류 요구에 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을 피해 자국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에게 출국 수수료 830달러(약 108만원)를 청구하기로 해 비난에 직면했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의 이런 출국료 정책은 서방 국가에서 재정착하기 위해 대기 중인 난민을 대상으로 한다. 출국료 부과 단위는 한 가족이 아닌 1인당으로, 합계 출산율이 4.4명에 달하는 아프가니스탄 특성상 가족당 수천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 출국료는 신용카드로만 지불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8월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의해 함락된 이후 다수의 난민이 파키스탄에 쏟아졌으며, 서방 국가에서의 재정착을 기다려왔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각각 2만 5000명과 2만명의 아프간 난민을 수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파키스탄 주재 서방 외교관은 “난민에 대한 출국 수수료를 받는 것은 국제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파키스탄이 경제적으로 힘든 건 알지만, 난민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서방 외교관도 “출국 수수료의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파키스탄이 난민의 서방 정착을 원활하게 하려면 황당한 조건을 걸어 더 복잡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난민은 신용 카드가 없는 것도 문제다.

지난 17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적발된 불법체류 난민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7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적발된 불법체류 난민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아프간 난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는 와중 나온 것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달 3일 국내 불법 이주자들에게 자진 출국하라고 명령했고, 지난 1일부턴 집집마다 돌며 서류를 갖추지 못한 불법 체류 외국인을 단속하고 있다. 이런 단속은 아프간인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파키스탄에는 1979년 옛 소련(소비에트연방)의 아프간 침공을 시작으로 2021년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간을 빠져나온 이들까지 약 440만여명의 아프간인이 살고 있다. 유엔은 이 중 200만명 이상은 서류를 갖추지 못한 불법체류자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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