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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 운전 車에, 횡단보도 3명 숨졌다…면허반납 현실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전 6시45분쯤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A씨(82)가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들이받았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22일 오전 6시45분쯤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A씨(82)가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들이받았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새벽 기도 다녀오다 사고당해

80대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2일 오전 6시45분쯤 강원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에서 A씨(82)가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72ㆍ여) 등 3명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들은 보행자 신호등이 푸른색인 상황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 B씨 등 3명은 이날 새벽 기도를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운전자 A씨는 경찰에서 “신호와 보행자를 못 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중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추석 땐 50대 부부 치여 아내 숨져

앞서 지난 추석 연휴 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70대 운전자가 모는 차에 50대 부부가 치여 아내가 숨지고 남편은 중상을 당하기도 했다.

충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 오후 7시3분쯤 청주시 청원구 중부고속도로 오창휴게소 안을 걷던 50대 부부가 C씨(71)가 몰던 SUV 차량에 치였다. 이 사고로 부인이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고, 함께 사고를 당한 남편도 크게 다쳤다.

이처럼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지난해 3만 4652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매년 700~800명에 이른다. 지난해 고령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735명에 달했다. 2017년엔 848명, 2018년에도 843명 숨지는 등 연간 사망자가 800명을 넘고 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5년에 사고 6165건이 발생해 414명이 숨졌다.

지난 3월 8일 오전 전북 순창군 구림면 한 농협 주차장에서 1t트럭이 조합장 투표를 기다리던 인파를 들이받았다. [뉴스1]

지난 3월 8일 오전 전북 순창군 구림면 한 농협 주차장에서 1t트럭이 조합장 투표를 기다리던 인파를 들이받았다. [뉴스1]

고령 운전자 사고 원인 상당수 운전 미숙

이들 사고의 주된 원인은 운전 미숙이 꼽힌다. 지난 3월 조합장 선거 투표소가 마련된 전북 순창군 한 농협 주차장에서 D씨(74)가 몰던 화물트럭이 주민을 덮쳤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졌고 16명이 중ㆍ경상을 입었다. A씨는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제동장치(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가속페달(엑셀)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지난 5월엔 충북 음성 한 사거리에서 여학생 2명이 숨진 사고 역시 77세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결론 났다. 경찰은 브레이크 페달 작동 상태와 급발진 가능성 등 차에서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운전자를 구속 송치했다.

전국 자치단체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고령자 면허증 반납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정책은 2018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2020년 정부 차원에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서울시는 10만원짜리 무기명 선불형 카드를 주고, 강원·충청 일부 시·군은 10만원 어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식이다. 구례·순천 등 전남 일부 시·군은 50만원을 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령 운전자 운전 능력 평가 도입 논의할 때

경찰청에 따르면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11만2942명을 기록했다. 2014년 1022명을 시작으로 2018년 1만1916명이 참여했다. 이어 2019년부터 7만명 이상이 면허를 반납했다. 하지만 반납 비율은 지역별로 0.5~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춘천경찰서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제도 있는데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며 “지난해엔 947명, 올해는 571분이 반납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바로 반납이 가능한 만큼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실제 운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도로 주행을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령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고령 운전자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운전 능력, 지각 능력 등을 평가하는 제도 도입을 논의할 시기가 된 것 같다”며 “지역 특성상 운전이 꼭 필요한 고령 운전자가 어쩔 수 없이 운전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교통요금 할인이나 택배 무료배송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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