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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 손님이 김치 팔라고 하더라"…호텔·편의점도 '김포족' 잡기

중앙일보

입력

30대 후반 직장인 김모씨는 매년 11월 중순이면 충청도 텃밭을 찾아 배추를 수확한다. 예년에는 수확한 배추로 부모님과 함께 김장을 담갔지만 올해는 날씨 탓인지 작황이 좋지 않아 김치를 사 먹기로 했다. 김씨는 “보통 50포기 정도 김치를 담갔는데 부모님께서도 이제 나이가 드시니 힘들어하신다”며 “김장 김치의 깊은 맛을 포기해야겠지만 부모님께서 그만 담그신다고 하면 사 먹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장 인구가 점차 줄면서 완성된 포장김치 시장이 커지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절임식품의 시장 규모는 2020년 5409억원에서 2021년 5479억원, 지난해 6055억원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절임식품 중 김치 비중이 90%다. 올해는 6533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품 매장에 김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품 매장에 김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10가구 중 3가구는 포장김치 경험 

포장김치 업체 대상의 올해 1~10월 김치 품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같은 기간 SSG닷컴의 완제품 배추김치 매출 역시 전년 대비 5% 늘었으며 총각·열무김치 매출은 30% 증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은 직접 담가 먹는 비율이 높지만 가정에서 포장김치를 한 번이라도 구매해 경험한 비율(침투율)이 2017년 22%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30.8%) 처음으로 30%를 넘었다”며 “현재도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4~13일 소비자 6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고 한 소비자는 63.3%로 지난해(65%)보다 1.7%포인트 줄었다. 반대로 시판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는 29.5%로 지난해(25.7%)보다 3.8%포인트 늘었다. 김치를 사서 먹겠다고 한 이유로는 ‘필요한 시기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어서’(54.5%) ‘담그기 번거로워서’(32.8%)가 가장 많이 꼽혔다.

편의점 CU가 지난 16~21일 '김장 김치 할인전' 행사를 열었다. 사진 BGF리테일

편의점 CU가 지난 16~21일 '김장 김치 할인전' 행사를 열었다. 사진 BGF리테일

MZ세대 겨냥한 파우더·소포장 김치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김치 조달 방법 중 포장김치 구입 비중은 2017년 10.5%에서 2020년 31.3%로 최근 3년 새 세 배로 늘었다. 한국물가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이처럼 ‘김포족’(김장 포기 소비자)이 늘면서 편의점과 호텔 업계도 김치 대전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 CU는 지난 16~21일 김치 상품을 최대 33% 할인 판매하는 김장 김치 기획전을 진행했다. 이 기획전 매출의 전년 대비 성장세는 2020년 60.6%, 2021년 83.7%, 지난해 113.5%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2004년부터 포장 김치를 판매하고 있는 조선호텔의 올 1~10월 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뷔페 손님들의 요청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최근 김치 같은 일상 품목도 프리미엄으로 즐기고 싶어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 업계는 김장 세대가 줄면서 현재 MZ세대를 포장김치 주력 소비층으로 보고 관련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대상은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국내 최초의 김치 팝업스토어를 열고 김칫국물을 동결 건조해 만든 김치 파우더를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800g~1㎏의 소포장 김치 제품을 늘리고 있다. 과거에는 담금 김치를 대체하기 위한 5~10㎏ 용량이 다수였지만 현재는 김장 밀키트(절임배추 3㎏+양념 1.5㎏)도 5㎏ 미만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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