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산자위서 원전분야 예산 1814억 삭감
i-SMR은 문재인 정부 당시 여야 합의로 시작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안을 둘러싼 거대 야당의 독주와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그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분야 예산 1814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 개발 사업과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 무탄소 에너지 확산(CF100)을 위한 예산 등이 대상이 됐다. 반면에 원전 해체 R&D 사업은 거꾸로 256억원 늘려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이 같은 독주는 거대 야당의 일방적 횡포이자 정책의 논리조차 없는 자가당착(自家撞着)적 결정이다. i-SMR의 경우 탈원전을 정책기조로 삼았던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계획한 사업이다. 2021년 4월 당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였던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위원장이 돼 ‘혁신형 SMR 국회포럼’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었다. 당시 이원욱 위원장은 출범식에서 “우리나라는 APR-1400이라는 세계 최고의 한국형 원자로를 수출까지 한 나라”라며 “SMR을 다시 출범시켜 대한민국 산업을 다시 선도하고,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인 기후변화를 제어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5월 i-SMR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올 1월부터 사업단이 설립돼 최근까지 업무를 수행해 왔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자가당착의 결정판은 이재정 산자위원장이다. 그는 한 달 전 우크라이나 외교사절단을 만나 한국의 소형모듈원전 기술 수출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그런 이 위원장이 외교사절단과 나눈 대화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i-SMR 예산 전액 삭감을 주도하고 나섰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결정은 같은 당 과방위 의원들의 의견과도 맞지 않았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과방위 예산소위에서 민주당이 국제협력 예산 1조1600억원을 삭감하는 등 R&D 예산안을 단독 의결할 때도 i-SMR 예산만은 손대지 않았다.
i-SMR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전 세계적 탄소중립 전략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무탄소 재생에너지는 가동률이 일정하지 않다. 태양광은 밤이나 비가 올 때, 풍력은 바람이 약할 때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재생에너지의 이 같은 간헐성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전 세계적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40년까지 연간 146조원의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8년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한 우리의 i-SMR이 정쟁에 휘말려 고사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공은 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국가의 신기술 미래보다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우(遇)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