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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원전 예산 삭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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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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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는 원자력 관련 기관이 몇 개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나 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등 주로 연구 시설이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대전원자력안전 시민참여위원회 산하 환경감시센터(센터)이다. 존립 자체를 놓고 말이 많아서다. 센터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주도로 2021년 6월 설립됐다. 시민단체 등은 연구원 등 공공기관을 믿을 수 없으니 직접 나서 시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에서 주로 하는 일은 원자력연구원 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와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방사선량 측정 등이다. 또 센터장은 원자력시설 관계자와 소통 활동을 한다고 한다.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원자력 환경감시센터는 하나로 주변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원자력 환경감시센터는 하나로 주변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하나로와 주변에서 발생하는 방사선량 정보는 이미 원자력연구원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측정값이 대부분 시간당 0.103 ~0.129μSv로 대전에서 30여㎞ 떨어진 논산시 연산면 방사선량과 차이가 없고, 기준치를 넘긴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로의 열 출력은 30㎿수준으로 발전용 경수로 원자로(1400㎿)의 130분의 1에 불과하다”라며 “연료봉도 수영장처럼 넓은 공간 물속에 담아 관리하고 있어 안전에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원자력안전기술원도 방사선 수치 등을 수시로 체크한다.

센터 운영비도 논란거리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이곳 연간 운영비는 설립 첫해 2억8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3억2000만원으로 4000만원 늘었다. 이곳 운영비는 원자력연구원 연구비를 갖다 쓴다. 직원은 센터장과 직원 2명 등 정규직 직원 3명이다. 센터장 인건비도 지난해 7200만원에서 올해 7600만원으로 올랐다. 센터장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호봉 승급 등을 고려해 오른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 환경감시센터를 보면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다. 라돈침대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등 ‘원자력 사태’다. 라돈침대 소동은 2018년 시판된 침대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출발이었다. 이후 침대 18만개를 폐기하는 등 법석이었지만 침대와 폐암이 관계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침대회사만 피해를 보고 흐지부지됐다. 오염처리수 사태도 비슷하다. 수산업이 금방 망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나타나면서 조용해졌다. 그 사이 처리수 위험성을 과대 선전한 정치 세력만 이득을 봤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민주당은 정부의 내년도 원전 분야 예산 183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원전 수출 기반 구축 예산 등이다. 나라의 미래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진 결과로 보인다. 원자력 예산을 삭감당한 윤석열 정부와 직원 인건비를 올린 원자력 환경감시센터 처지가 엇갈리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