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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교권침해가 낳은 오해, 아동학대 대응이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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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최근 학생지도 관련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던 교사의 비극이 이어지면서, 동료를 잃은 교사들은 교권 회복과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9월 교권보호 4법의 공포·시행으로 악의적인 민원으로부터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감 의견 제출이 의무화되는 등 교원 보호 체계의 초석이 마련됐다.

하지만 아동학대 대응 현장에 대한 오해와 아동복지법 개정에 관한 요구가 확산하면서 척박한 아동학대 대응 현장이 위축되고, 더 나아가 보호받아야 할 아동의 안전에 위협이 될까 두렵다. 아동복지 증진을 위해 연구와 정책을 지원해 온 사람으로서 아동학대 대응 현장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한다.

첫째, ‘기준 없이 아동학대를 판단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아동학대 대응인력들은 다양한 연구 결과와 ‘아동학대 판단척도’ 등이 반영된 지침을 토대로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아동학대 판단은 대응인력과 아동복지, 법률, 의료 등 전문가로 구성된 ‘통합사례회의’ ‘아동학대 사례전문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둘째, ‘아동학대 판단 실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오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실적과 상관없이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된다. 충분치 않은 보조금으로 인해 피해 아동과 가정의 회복을 돕기 위해 운영법인의 자체 예산도 투입되는 실정이다.

끝으로, ‘아동복지적 판단이 사법적 판단까지 이어진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 아동복지적 판단은 범죄 유무에 따라 처벌을 내리는 사법적 판단과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아동학대로 판단되는 경우나 그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애석하게도 아동학대 대응업무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가장 기피되는 업무 중 하나로 대응과정에서 학대행위자의 욕설과 모욕, 협박이 오가기도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이직률이 늘 30%를 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갖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향한 근거 없는 오해는 가혹하단 생각마저 들게 한다.

교사는 부모 다음의 보호자이며 아동의 올바른 성장을 돕는 존재다. 2022년 기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26개 직군 중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 비중이 14.3%로 가장 높았다. 이를 통해 교사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성실히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그간 교사,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 종사자 모두의 노력으로 아동들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었다.

지금 아동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할 대상은 아동학대다. 그 과정에서 아동복지법은 최후의 보루다. 종사자들의 노력이 근거 없는 폄훼나 질타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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