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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금리 깎아라" 국회는 '횡재세' 속도…은행들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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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 지주에게 ‘소상공인·자영업자 금리 감면’을 요청한 다음 날, 국회가 ‘횡재세법’ 입법화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당국과 정치권 이중 압박에 은행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野 횡재세법,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상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에 들어갔다. 해당 법은 금융사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부담금 형태로 징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통과하면 올해 기준 은행이 부담할 ‘횡재세’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횡재세법’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횡재세법에는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이개호 정책위원장 등도 참여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시중 은행의 팔을 비트는 정책이 아니라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입법화된 지속가능한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윤 대통령의 의지가 진심인지 정무위원회의 법안 심사를 지켜보겠다”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상생 금융 하라면서 ‘돈을 더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은 전형적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당국도 ‘횡재세 입법화’로 금융사 압박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 위원장, 이 금감원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 위원장, 이 금감원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횡재세 입법에 일단 부정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금융산업에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은 은행 초과이익 문제에 대해 시장경제 원리와 맞는 방향으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야당의 횡재세법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미 주요 금융 지주사에 횡재세에 준하는 규모의 금리 감면 방안을 요청한 만큼, 횡재세법을 무작정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횡재세 입법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융사에 ‘더 많은 재원 출연’을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횡재세 관련 법안을 보면, 국회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재원 출연 규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지주사들이) 좀 감안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모호한 지원 규모·방법에 고심 커져

금융사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요구한 금리 감면 규모가 기대보다 작을 경우 오히려 횡재세 추진에 명분만 줄 수 있어서다. 최악의 상황엔 금융당국이 요구한 금리 감면과 횡재세를 이중 부담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반면, 금리 감면 규모를 지나치게 키우면 배임 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금리 감면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골칫거리다. 금융당국이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가 만든 자체 기준으로 일부 차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혜택을 받은 차주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또 금리 감면에 드는 재원을 금융사별로 어떻게 분배할지도 어렵다. 각 금융사 규모와 이자수익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금융당국 의도는 횡재세를 막으려면, 금융사들이 알아서 이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가져오라는 것”면서 “각 금융사 사정과 생각이 다 다른 상황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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