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올해와 똑같이 유지하기로 했지만, 상당수의 주택 소유자는 ‘증세’가 예상된다. 올해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돼서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5.74%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은 13.42% 상승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10~12월 통계가 하락세를 보인다고 해도 연간 상승률은 10%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통상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올해 전국과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각각 평균 18.61%, 17.3% 내렸지만, 내년엔 상승 전환이 불가피한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이하 전용면적)를 가진 1주택자 보유세는 올해 252만6000원에서 내년 283만7000원으로 11.6% 늘 것으로 추정된다. 현시세를 토대로 산정한 내년 공시가격이 12억원을 넘겨 재산세는 물론 종부세(7만9000원) 납부 대상이 된 영향이 크다.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더 컸다. 보유세가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세율이 더 높아지는 구조여서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82㎡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약 439만원을 냈지만, 내년엔 약 633만원으로 50% 늘어날 전망이다.
다주택자 역시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를 소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약 1526만원에서 내년 약 2020만원으로 32.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아파트의 추정 공시가격은 현시세 기준 하한가에 공동주택 현실화율 68.1%(9억원 미만)~75.3%(15억원 이상),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해 산출됐다.
다만 지역·주택 유형·가격대별로 보유세 부담 격차는 클 전망이다. 실제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올 들어 9월까지 1.99% 오르는 데 그쳤다. 전남·경남(0.47%)과 충남(0.59%) 오름폭은 1%에도 못 미쳤고, 전북은 오히려 1.26% 하락했다.
또 올해 전세 사기 여파로 수요가 급감한 연립·다세대 주택은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이 1.63%에 불과했다. 서울 연립·다세대(2.1%)는 아파트(13.42%) 상승률의 7분의 1 수준이다. 우병탁 부지점장은 “올해 집값이 떨어진 연립·다세대나 지방 아파트는 내년 보유세가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