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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줄줄이 쌓인 부동산 규제완화, 연말 국회서 속도 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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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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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0일 취임하며 현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새 정부의 주택정책이 무르익을 때인데도 주된 공약이었던 주택시장 규제 완화는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정책이 발목 잡혀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계속 늦어지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시장엔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탄력 받아
재건축 부담금 완화 등 제자리
내년 총선 앞두고 여야 잰걸음
연내 통과 못하면 폐기될 수도

정부과 정치권이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뉴시스

정부과 정치권이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뉴시스

규제 완화 법안 처리 마지막 기회

현 21대 국회가 임기를 6개월가량 남겨 놓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규제 완화 법안을 꺼내고 있다. 올 연말에 처리하지 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내년은 정치권과 정부가 4월 실시될 차기 총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기에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내년 총선 이후 새 국회에서 재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치 구도나 주택시장 움직임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연말 국회 통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 표심을 겨냥해서다. 적지 않은 경제적 이해가 달린 법안 처리에 딴죽만 걸다가는 표심을 잃을 수 있다. 야당의 반대가 극심한 것도 아니다. 야당도 집값 급등기에 도입한 고강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시장도 규제 완화 법안 처리에 우호적 분위기다. 금리 상승으로 급락하던 집값이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다시 주춤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실거래가격지수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연속해 오르다가 10월 하락세를 나타냈다.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집값이 약세일 때가 규제 완화를 정비할 적기”라고 말했다.

대통령도 나서 '1기 신도시 특별법' 재촉

우선 속칭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힘을 받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7일 여당 지도부를 만나 연내 특별법 제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 국정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내년 중 기본방침·기본계획 병행 수립, 선도지구 지정 등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내 특별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더불어민주당도 13일 “특별법을 연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동조했다.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도 특별법 제정에 동의한 만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이 연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연내 처리’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특별법의 정치적 효과가 한몫하고 있다. 관련법 해당 지역이 1기 신도시 등으로 명확해 누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만 하더라도 국회의원 배지가 10개 정도 걸려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대선 전인 2020년 하반기부터 발의된 13개 법안이 논의 중이나 아직 법안 명칭은 물론 대상 기준 등도 정하지 못했다.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정부가 규제 완화 약속을 물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취득세 다주택자 중과·재건축부담금(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 아파트 거주의무 폐지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다주택자에 적용하는 취득세 중과 세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율을 8%에서 기본세율(1~3%)로, 8~12%인 3주택 이상·법인의 세율을 절반으로 각각 조정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내년 2월로 예상되는 국회 입법에 앞서 중과 완화를 발표한 12월 21일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후 집을 산 다주택자는 일단 기존 법대로 세금을 내고 법 개정 뒤 환급받는다. 정부 발표를 믿고 주택을 산 사람은 세금이 줄어들기나 하는지, 얼마나 줄어들지 불안할 뿐이다.

재건축부담금은 2021년 하반기 대선 후보들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부터 작동을 멈췄다. 지난해 9월 정부의 구체적인 완화 계획이 나왔다. 자치단체들은 관련법 개정으로 재건축부담금 세부 기준이 확정된 뒤 부담금을 산정해 부과하겠다며 업무를 미뤄왔다.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부과현황 자료에 따르면 재건축부담금 부과 대상 단지 4곳이 2021년 하반기 이후 준공했다. 규제 완화 정도에 따라 부담금이 많게는 억대까지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취득세 다주택자 중과·재건축부담금 완화에 대해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적용 대상, 세율, 부담금 산정 방식 등 세부 내용에선 이견을 보인다. 합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 셈이다.

둔촌주공 전매제한 3년 연장

규제 완화가 엇박자를 내기도 한다. 정부는 올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거주의무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전매제한 완화는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에서 규정하는 거주의무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폐지되지 않았다.

다음달 15일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분이 전매 제한에서 풀리지만 실제로는 거주의무에 묶여 2027년 1월까지 팔지 못한다. 뉴스1

다음달 15일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분이 전매 제한에서 풀리지만 실제로는 거주의무에 묶여 2027년 1월까지 팔지 못한다. 뉴스1

전매제한이 풀려도 준공 후 2~3년 거주의무에 묶여 팔 수 없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분의 전매제한이 다음 달 15일부터 풀리지만 2년 거주의무 조건에 따라 2025년 1월 준공 후 2년간 입주해 거주해야 한다. 전매제한이 풀린 뒤에도 3년간 팔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주고받으며 합의한 결과다. 정부는 당초 계획한 폐지에서 한발 물러났고 야당은 공제금액 등에서 정부 안을 받아들였다. 올 연말 국회에서도 이런 합의가 잇따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