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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말고 개별여행이 좋아요” 제주 장악한 중국 MZ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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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중국 상하이에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 왕이린(24·왼쪽) 일행이 지난 13일 제주목 관아의 귤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최충일 기자

중국 상하이에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 왕이린(24·왼쪽) 일행이 지난 13일 제주목 관아의 귤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3일 낮 12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목 관아. 한복을 입은 20~30대 중국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선시대 제주목 관아를 재현해 놓은 곳에는 다양한 재래종 감귤나무가 있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 왕이린(24·상하이)은 “중국인이 주로 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小红书)’에 게시된 제주목 관아 등 사진을 보고 찾았다”며 “한복을 입고 제주의 옛 명소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제주목 관아는 제주 특산물 감귤밭이 있어 더 아름답다”고 말했다. 왕씨는 이어 “샤오홍슈에는 섭지코지, 애월 한담해안과 주변 카페, 제주시내 맛집 등이 인기 장소로 등장한다”고 했다.

중국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제주를 찾는 주요 관광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도관광공사는 20일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관광 유형이 단체 여행객에서 MZ세대 중심의 개별 여행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관광 트렌드 변화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제주목 관아를 찾은 8만4406명 중 29%(2만4550명)가 외국인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중국인이라는 게 제주관광공사 등의 설명이다.

제주목 관아 인근에서 한복대여서비스업을 하는 김모씨는 “평일 30~40명, 주말엔 하루 70~8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복을 빌려 간다”며 “대부분이 20~30대 중국인인데, 일부는 메이크업 전문가나 사진사와 함께 찾는 추세”라고 했다.

중국 관광객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제주관광공사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10월 중국 SNS 웨이보와 설문조사 플랫폼 원줸싱을 통해 중국인 총 1만1025명을 대상으로 중화권 소비자 여행 트렌드를 설문조사한 결과다.

중국인들은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됐을 때 여행방식’을 묻는 질문에 ‘자유여행’(41.7%)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단체여행’(39.6%)보다 높게 나왔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SNS에서 조사된 결과인 만큼 중국 젊은 층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중국인 관광객 소비패턴 특징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가 최근 해외여행을 1980년대 이후 출생한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체험 중심 여행 선호, 세번째는 모바일 페이를 통한 간편결제 소비 증가 등이다. 쇼핑 위주 단체관광보다 개별관광객이 직접 찾는 카페투어, 맛집투어 등 로컬 체험 중심 자유관광 수요가 커졌다.

중국인 관광객 산커 탕쟈치(25·베이징)는 “상하이에 사는 친구와 3박4일간 제주 여행을 왔는데 원화로 180만원 정도 썼다”며 “요즘 중국 젊은 층은 대부분의 일정이 짜여진 단체관광보다, 개별적으로 특정 여행지나 맛집을 집중적으로 찾는 관광을 선호한다”라고 했다.

제주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 노석주 매니저는 “중국의 젊은 세대는 여행시 겪은 불편한 점을 곧바로 SNS에 관련 후기를 남긴다”며 “여행업계도 과거와 달라진 중국인 관광객의 특징을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4만1560명으로 지난해 8156명보다 41배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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