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수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1963년 ‘서민 먹거리’로 삼양라면이 탄생한 지 60년, 베트남으로 첫 수출을 한 지 54년 만에 ‘수출 효자’로 부상한 것이다.
20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10월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 달러(약 1조20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었다. 2015년 이후 9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수출액 달성이다. 업계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물량을 더하면 사실상 올 1~10월 수출액이 2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K-콘텐트 인기가 맞물리면서 수출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해외 판매가 늘었다”며 “주로 집에서 식사하다 보니 다른 나라 라면보다 한 끼 식사로 적당한 한국 라면의 장점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소셜미디어(SNS)에서 라면 관련 콘텐트가 늘고, K-드라마·팝·뷰티 등 K-컬처가 큰 인기를 끌면서 친근한 한국 음식인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라면은 전 세계 200여 개국 중 3분의 2가량인 128개국에 수출된다. 수출액을 따지면 중국이 1억7445만 달러로 가장 많으며 이어 미국(1억700만 달러), 일본(4866만 달러), 네덜란드(4864만 달러), 말레이시아(3967만 달러) 순이었다. 필리핀(3090만 달러)과 호주(3016만 달러), 태국(3007만 달러), 영국(2980만 달러) 등 주요 대륙에서 골고루 인기를 누리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업계 1위 농심은 올해 일본 수출액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농심의 경우 중국·미국 등에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현지 판매 규모가 더 크다. 해외 판매법인 중에서는 미국 매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농심 관계자는 “전 국가에서 신라면이 압도적으로 잘 팔린다. 이어 미국에서는 육개장 컵라면과 생생우동, 중국에서는 김치라면이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국내에서만 제품을 생산한다. 중국·동남아·미국 순으로 수출액이 많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불닭볶음면이 모든 국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효자 상품이다. 오뚜기 역시 90%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중국·미국 매출액이 가장 많으며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매출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진라면 순한맛이 인기를 이끌고 있다.
해외 판매 확대로 업체 모두 수익성이 좋아졌다.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3분기 3.8%에서 올해 같은 기간 6.8%로 높아졌다. 삼양식품과 오뚜기 역시 각각 3.2%포인트, 1.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가격 책정 등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어 판매가 늘면 수익률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